"진짜 부자처럼"… 은은하게 과시하는 '올드머니룩' 뜬다

연희진 기자 2023. 8. 1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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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대신 소재 중심의 '올드머니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빈스의 화보. /사진=LF
절제된 색상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완성하는 럭셔리한 스타일이 패션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다. 로고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좋은 소재를 사용한 패션 아이템이 '오래된 부자'처럼 보인다며 선호도가 높다.

10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용한 명품을 뜻하는 '스텔스 럭셔리', 오랫 동안 부를 축적한 상류층에서 즐겨 입을 법한 클래식한 스타일인 '올드머니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올드머니룩은 화려한 컬러나 패턴 대신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이른바 '찐부자' 스타일이다. 상류층의 고급 취미인 승마, 요트 등을 즐길 때 입던 패션에서 발전했다. 실크, 캐시미어, 고급 린넨 등 고가 소재를 사용한 클래식한 아이템, 원색 대신 베이지·화이트·브라운 등 튀지 않는 색상을 선호한다.

이런 트렌드가 반영돼 겨울 소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시미어 소재가 한여름에도 인기다. '섬유의 보물'이라고도 불리는 캐시미어 소재는 카슈미르 지방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산양에서 나온 털을 말한다. 생산량의 한계와 희소성 때문에 다른 소재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고 최고급 패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가을·겨울 화보.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캐시미어는 부드러운 촉감과 뛰어난 보온성을 갖춰 겨울 시즌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훌륭한 통기성과 흡습성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그 때문에 여름에는 땀을 흡수하고 공기를 순환시켜 시원하고 쾌적한 피부 환경을 유지해 준다. 최고급 겨울용 의류 소재만이 아니라 사계절용 소재로도 각광받는 이유다.

최근에는 캐시미어를 혁신적으로 얇게 제작하는 직조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한여름에도 즐겨 입을 수 있는 두께로 재탄생하고 있다. 얇고 섬세하면서도 탄탄하고 견고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됨에 따라 여름철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는 것.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대표적인 올드머니룩 브랜드 중 하나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최상급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올드머니룩 트렌드에 맞춰 고유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니트웨어 제품을 비롯해 재킷, 팬츠, 스커트, 스니커즈 등이 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빈스의 여름 니트 화보. /사진=LF
LF의 빈스의 경우 올해 여름 시즌 캐시미어 소재 품목을 확대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캐시미어 소재 품목의 7월 중순까지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이상 늘었다. 특히 캐시미어 소재 100%의 카디건, 7부 니트, 긴팔 니트 등 상의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크 소재의 스커트 및 팬츠와 매치하는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수요가 높다. 캐시미어 카디건은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LF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이 성숙하면서 로고 열풍의 반대급부로 간결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아는 사람만 아는 명품이 일각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라며 "튀지 않는 스텔스 럭셔리의 필수 조건은 높아진 기준의 소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소재감"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 29CM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올드머니룩 코디. /사진=무신사
패션 플랫폼에서도 올드머니룩 트렌드가 두드러진다. 29CM가 지난 7월 한 달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린넨, 시어서커, 실크, 캐시미어, 트위드 등 소재 이름으로 유입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소재는 능직으로 짠 천을 뜻하는 '트위드' 였다. 절대적인 검색량은 많지 않지만 '실크'와 '캐시미어' 등도 각각 전년 대비 37%, 60%가량 검색량이 늘어났다.

검색량 증가와 함께 캐시미어, 트위드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고급스러운 소재감을 자랑하는 '틸아이다이'의 캐시미어 반소매 카디건은 이번 여름에만 6차 판매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드머니룩은 고급스럽고 세련되지만 튀지 않고 티가 안 나게 입는 것이 포인트"라면서 "드러내고 과시하는 최신 유행의 명품룩 대신 좋은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실루엣을 사용한 룩으로 이번 가을과 겨울까지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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