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정치 카르텔의 합작품, 새만금 잼버리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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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참가단의 영지 철수로 사실상 조기에 막을 내린 가운데, 행사 부실과 파행의 근원적 배경으로 지목된 새만금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는 국제 행사를 유치해 단체장의 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토건세력, 지역 발전을 갈망하는 여론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합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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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참가단의 영지 철수로 사실상 조기에 막을 내린 가운데, 행사 부실과 파행의 근원적 배경으로 지목된 새만금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름철 야영지로는 부적합한 갯벌 매립지에 전라북도가 애초 잼버리 대회를 유치하려고 나선 데는 지지부진한 개발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정부 지원 규모를 키우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새만금 잼버리는 국제 행사를 유치해 단체장의 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토건세력, 지역 발전을 갈망하는 여론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합작품이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탄생했다. 쌀이 부족한 상황도 아닌데 ‘농지 확보’라는 시대착오적 목적을 내걸고 1991년 11월 첫 삽을 떴고, 우여곡절 끝에 2010년 4월에야 방조제 공사를 완료했다. 이후 전담 중앙행정기관인 새만금개발청(2013년 9월 개청)을 설립했다. 하지만 방조제 내부 매립과 개발은 더뎠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농경지 대신 기업 유치를 시도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전라북도는 기업과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공항·항만·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조기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세계 잼버리 유치에 나섰다. 잼버리는 명분이요, 진짜 목적은 ‘개발’에 있었던 것이다. 실제 2017년 8월 행사 유치가 결정된 뒤 전북연구원은 “(잼버리 개최로) 사회간접자본 등 기반시설을 조기에 구축함에 따라 새만금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산 측면에서 약 65조4500억원, 부가가치 측면에서 2조855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잼버리는 새만금 신공항과 고속도로, 신항만 등 인프라를 추가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됐다.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전북으로 향하는 고속 네트워크가 필요하다”(전북연구원)는 이유였다. 새만금 동서도로가 2020년 11월에 개통했고, 세로축인 남북도로가 잼버리 개막을 앞둔 지난달 완공됐다. 다음은 새만금 신항(2026년), 새만금 국제공항(2029년), 새만금 인입철도(2030년)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경제성 확보가 희박해 보이는 국제공항은 2019년 1월 잼버리 개최를 명분으로 예비타당성면제까지 받았다. 토건자본은 주머니를 불렸고,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은 이를 치적으로 홍보했다.
가장 치명적인 잘못은 잼버리 야영장 터를 마련한다며 해수 유통으로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던 해창갯벌 267만평을 메워버린 것이었다. 환경단체들은 당시 “매립을 위해 관광·레저용지였던 갯벌을 농업용지로 둔갑시키면서 매립 시 거쳐야 할 환경영향평가나 관련 인허가를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농지관리기금 2150억원을 끌어와 잼버리 부지 조성에 썼다. 편법의 연속이었다.
결국 갯벌을 메워 조성된 터는 폭염과 침수에 취약한데다 벌레까지 들끓는 부적합 야영지임이 드러났다. 이문근 전북대 교수(컴퓨터공학)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발사업으로 주머니를 불리는 토건세력과 지역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인들의 이익동맹을 깨뜨리지 않고선,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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