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겹악재’… 환율 1320원대 찍었다
장중 1321.8원 터치 후 달러 매도세에 하락
美 은행 신용등급 강등·중국 디플레 우려에 원화 약세
전문가 “美 물가 발표 대기…상단 1330~1350원까지 열어야”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20원을 돌파하며 지난 6월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중국 경기 부진 속에 미국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커진 영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시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환율이 1300원 중반 수준까지 더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에서 보합한 1315.7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8원 상승한 1317.5원에 개장한 이후 오전 10시께 1321.8원을 찍었다. 장중 6월 30일(1323.7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장 막판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1300원 중반대로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의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이슈에 취약한 원화에 대한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환율이 상승세를 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지역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6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위험 증가 등의 이유에서다. 중국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도 커졌다. 이날 발표된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3% 하락했다. 시장 예상(-0.4%)보다는 양호했지만 전월(0%)보다 악화됐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비 4.4% 하락해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시장 예상(-4.1%)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미국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경계감도 커졌다. 10일 공개되는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월 물가상승률이 2년 여만에 최저치인 3%를 기록했으나, 7월 상승폭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하며 환율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5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500억원대를 사들였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1.21%, 코스닥 지수는 1.86% 상승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수급은 없었다”면서 “장이 얇은 상황에서 일부 국내 기관에서 달러 매도세로 돌아서자 환율이 하락하며 보합세로 마감했다”고 말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 1320원대를 찍으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 환율 고점으로 생각되던 1320원대가 뚫린 만큼 1330~135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지표는 달러 강세를 완화시키는 원화 강세 재료일 것으로 보이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 환율이 추세를 돌리기보다 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 반응할 것”이라며 “환율이 좀 더 오를 여지가 있어 13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위원은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금리, 주식은 빠지고 환율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 미국 물가가 발표되는 만큼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돼 환율 고점은 1330원까지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악재들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변수이기에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악재들이 겹치긴 했지만, 새로운 변수는 아니다”라며 “시장이 과잉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윤 (j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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