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시선] ‘눈눈이이’ 엄벌주의가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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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사형을 집행해야 해요. 최소한 태형이라도. 그래야 무서워서라도 범죄 생각이 쏙 들어가죠."
실제 동남아 몇몇 국가는 여전히 사형을 집행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일정량 이상 마약을 밀매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사형은 국가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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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사형을 집행해야 해요. 최소한 태형이라도. 그래야 무서워서라도 범죄 생각이 쏙 들어가죠."
한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이 이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던 중 한국인 취재원이 언급한 ‘해결책’이다.
정부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종신형) 도입을 공식화하긴 했지만 이미 ‘사형 선고=종신형’으로 여겨지는 만큼, 범행 의지를 꺾기 위해 엄격한 채찍을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극소수 의견은 아닌 듯하다. 온라인 공간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사형’이 언급되는 등 엄벌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실제 동남아 몇몇 국가는 여전히 사형을 집행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일정량 이상 마약을 밀매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 지난해 이후 13명 이상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베트남은 구체적 사형 건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2013~2016년 사이 400건 넘는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 인사를 탄압하는 미얀마는 말할 것도 없다. 태형이 여전히 남아 있는 지역도 있다. 모두 공포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를 노린 조치다.
극약 처방 결과는 어떨까. 싱가포르 내무부는 “사형은 국가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대마초 500g 이상 밀매 시 사형에 처하는 제도가 1990년 도입된 이후 4년간 500g 이상의 밀거래가 15~19%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국민 69%가 “사형이 종신형보다 범죄 예방에 더 낫다”고 답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시민단체는 오히려 소량 마약거래 증가로 약물 남용자 수가 늘었다고 반박한다. 학계 역시 사형에 억지 효과가 있음을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세계 각국의 형사정책 연구도 대부분 비슷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결국 극단적 엄벌주의는 정답도 아니고 효과도 미지수인 셈이다. 함무라비법전에 실려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귀가 21세기의 범죄를 예방하는 최선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미 답을 알고 있던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대선주자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강력한 처벌은 범죄 예방과 비례하지 않는다”며 “국가가 할 일은 범죄를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그가 내놓을 ‘예방책’에 경찰력 강화뿐만 아니라 소외 계층을 보듬는 체계적 사회 안전망 마련도 포함되길 기대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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