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포스코 겨냥? 국민연금공단 '지배구조개선위' 내주 앞당겨 신설

류호 2023. 8. 10. 04: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지배구조위 설치, 하반기→9월→이달로
노동자 몫 이사 공석 상태서 처리 "왜 서두르나" 
포스코 연임 문제도… 내년 3월 주총 시즌 노리나
"수책위 변경에 지배위까지, 견제 기능 약화 우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개선할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지배구조개선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다음 주 출범시킨다.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옛 공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대표이사(CEO) 임명 안건을 다룰 이달 말 KT 주주총회, CEO 교체 시기와 맞물린 내년 3월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노동계와 국민연금 관련 시민단체에 따르면,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초부터 공단 이사회 비상임이사들을 차례로 만나 지배구조개선위의 역할과 향후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본부는 오는 11일 이사회 전문위원회에서 공식 설명회를 갖고 18일 이사회를 열어 위원회 신설을 위한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일정을 이사들에게 통보하고 있다.

이는 공단이 제시했던 지배구조개선위 설치 일정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공단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규정 개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9월 이사회에서 처리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이젠 이달 처리로 방침을 바꾼 모양새다. 근로자단체 비상임위원 몫으로 참여하는 한국노총 관계자는 "왜 이렇게까지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1일 예고된 운영규정 개정안에 △2년 한시 존속 △지배구조 개선 대상 확대('소유분산기업'→'소유분산기업 등') 등 3월 개정안에 없던 조항이 들어간 점도 논란거리다.


재계 "정부, 지배구조위 통해 대놓고 경영 개입할까 걱정"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공단 계획대로 18일 이사회가 열린다면 이사진이 완전히 꾸려지지 않은 채 운영규정 개정 안건이 상정된다. 공단 이사회는 보건복지부와 공단 몫을 포함해 14명의 이사로 구성하는데, 이 가운데 비상임이사 8명(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수급자 대표 각 2명) 중 근로자단체(한국노총·민주노총) 추천 인사 2명이 위촉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노총 몫인 이동호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민주노총 몫의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3월 임기가 끝났다. 공단이 이런 상황을 틈타 위원회 설치를 조기 강행하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내년 3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임기 종료, 가까이는 오는 30일 김영섭 대표이사 후보 선임 여부를 결정할 KT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개선위가 서둘러 출범하는 것을 두고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 기업의 최대주주로 각각 1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CEO 선임을 비롯한 주요 경영 현안에 본격 관여할 채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개정 규정은 지배구조개선위의 역할을 △소유분산 기업 등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 및 합리적 개선 등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김태현 이사장과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이 연이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수탁자 책임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구현모 전 KT 대표는 연금공단의 공개적 반대 끝에 연임을 포기했다. 최정우 회장 또한 여권의 비토로 임기 완주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KT, 포스코 대표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정권 입김으로 줄곧 혼란을 겪어 왔다"며 "지배구조개선위를 통해 국민연금이 대놓고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식으로 방향이 정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개선위가 출범해도 의결권 행사 기준 개편 등에 시간이 걸려 당장은 기업 경영에 개입하기 어렵겠지만 내년 3월 주총 시즌에는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고 전망한다. 국민연금 투자 업무에 참여해온 전문가는 "올가을 의결권 행사 기준 개선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서둘러 처리한다면 내년 주총에 맞춰 바꾼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며 "지난 3월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조가 정부에 유리하게 바뀐 터라 공단을 견제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