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역, 탈세계화 속 서방 VS 중·러 진영으로 이분화
세계 교역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 수출이 줄고 있고,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둔화세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더 커다란 흐름, 탈세계화의 징조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탈세계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 간 블록화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 교역 전망은 우울하다.
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2%에 그쳐 지난해 성장률 5.2%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도 비관적이다.
IMF 전망보다 낮은 1.7%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소비 부문을 담당하는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8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수입은 1년 전보다 4% 줄었다. 반면 수출은 2.6% 늘었다.
6월 수입은 전월비 1% 감소한 3130억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매튜 마틴은 8일 분석노트에서 비관 전망을 내놨다.
마틴은 올 후반 쇼핑 시즌을 맞아 교역 지표가 일부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고금리·소비둔화·완만한 침체 등에 따른 거센 역풍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비관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교역이 일부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팬데믹 이전 20년 동안 기록한 연평균 4.9% 교역증가세로 복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F를 비롯한 세계 기구 이코노미스트들은 성장둔화, 특히 선진국 성장률 둔화를 주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성장둔화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동맹들의 훼방이 세계 교역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장둔화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이지만 지정학적 갈등은 장기적으로 교역을 약화시킬 주범이다.
팬데믹 이후 등장한 자국 중심 공급망 확립 의제가 미국과 유럽에 확산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중국·러시아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카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각국이 속속 교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면서 관세·교역제한 규정 등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린카스는 아울러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첨단 산업 분야에 미 기업과 개인의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조만간 중 기술업체들에 대한 추가 투자규제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독일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해 상당수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과 원료를 의존하고 있어 갈 길은 멀다.
중국과 러시아를 경계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은 쌍방 교역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독일의 대미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폭증하기도 했다.
서방과 중국간 교역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서양 양안 무역은 늘고 있다.
멕시코는 미 최대 교역국 자리를 중국에서 빼앗아 오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서방 수출 대신 중국 수출로 방향을 틀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위축되기 시작한 세계화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약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급속하게 추진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세계화가 위축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탈세계화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고물가, 낮은 생산성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런던경제대(LSE) 교환교수이자 LC매크로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조 코도뇨는 "세계가 실질적으로 두 개 블록으로 갈라지는 것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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