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일 벌인 후 책임은 중앙에… 지방정부의 현실

양지혜 기자 2023. 8.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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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파문]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는 사진을 올렸다. 대표단은 "몇가지 문제가 있고, 한국 측에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썼다. /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캡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파행으로 이번 사태가 한국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른 뒤, 이를 실행할 능력은 없고, 책임은 고스란히 중앙 정부와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지방 정부는 세금의 60%를 쓰고 있다. 여권에선 “윤석열 정부의 지방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이번 사태는) 돈 다 받고 권한을 달라고 하면서 정작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중앙정부에 묻는 행태”라며 “지방 시대를 내걸고 재정, 권한, 규제 해제 권한까지 대폭 넘겨준 중앙정부에 뒤집어 씌울 거면, 윤석열 정부의 지방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중앙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지방정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고,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실제 이번 잼버리 대회는 전북도가 앞장서 추진했다. 당시에도 새만금이 야영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전북도는 흙을 더 쌓고 염분에 강한 나무 등을 심어 단점을 보완하겠다고 중앙정부를 설득했다. 이후 전북도는 잼버리를 준비한다며 중앙정부로부터 공항, 고속도로 건설비 등 수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따가기도 했다. 결국 잼버리 같은 국제행사가 ‘예산 잔치’와 보여주기식 정치 성과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북도와 부안군 등은 4만명이 오는 잼버리 행사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중앙정부가 지원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지방정부 자신들이 나서서 주도한 걸 중앙정부를 탓하면 지방시대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방정부에서 행사 유치하는 것도 전부 중앙정부 승인받는 걸로 바꾸고, 승인을 안 받으면 돈을 일절 주지 않아야 한다”며 “(지방에) 얼마나 부패가 심했는지, (권한을 대거) 넘겨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잼버리가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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