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없는 민주주의, 다수 횡포로 변질될 위험”

유석재 기자 2023. 8.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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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15와 자유민주주의’ 세미나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질적 수준으로는 주변적 위치에 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현재 수준에서 발전이 지체되면 비자유민주주의가 엄습할 여지가 적지 않고, 퇴행의 길로 가면 독재로 추락할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문을 연대한민국은 이후 70여 년 동안 산업화·민주화·정보화의 길을 걸어 왔다. 1948년 8월 15일 중앙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 /조선일보 DB

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통치 체제의 본질, 당면 과제를 고찰하는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토론 모임인 ‘더 플랫폼’(이사장 송상현, 회장 현병철)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 19층 남산홀에서 ‘8·15 광복과 자유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특별 세미나를 연다. 현병철 더 플랫폼 회장은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인권을 존중하며, 법에 의한 지배를 제도화하는 가장 값진 공론의 장치이지만, 오늘날 세계는 포퓰리즘·권위주의·양극화 등을 부추기는 세력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승만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길 열었다

발표자인 서희경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최 측에 미리 보낸 발표문 ‘8·15 광복, 건국헌법과 자유민주주의 헌정체제’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 동안 근대 국민국가의 역사적 과제인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지만, 근현대사를 둘러싼 국가 정체성 논쟁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1976년 5월 31일 포항제철 제2용광로 화입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불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의 상황에서 이승만과 제헌의원들은 ‘대한민국은 아무 역사도 없는 신생 국가가 아니라 1919년 3·1 운동과 임시정부 헌장에서 선언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 나라’로 규정했다. 이승만은 3·1 운동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과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이고, 대한민국은 그것을 계승한 국가라고 보았다. 그러나 임정 세력과는 달리 이승만은 ‘민족’보다 국가 수립 주체로서의 ‘국민’을 강조했고 국제정치적 현실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자산으로 더 큰 외교적 역할을

6·25 전쟁 직후 이승만의 주도로 이뤄진 한미 동맹은 이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큰 역할을 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발표문 ‘한국의 국제적 위상, 한미 동맹,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한 연대’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 자유주의 규칙 기반 질서에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1993년 6월 10일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 6월항쟁 6주년 기념 대회. /조선일보 DB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이제 예전과는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고,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한미 동맹은 한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하는 자유주의적 국가 질서에서는 미국과 모든 이익과 시각이 일치할 수 없으며, 국제 질서의 변곡점에서 선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 교수는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질적 수준 더 높일 필요

그렇다면 일부의 의견처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말을 떼 버리는 것은 타당한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민문화의 현 좌표’를 발표하는 박찬욱 교수는 “민주주의는 자유주의가 전제돼야 무절제한 다수 지배로 변질할 위험성이 줄고 안정적 체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기본 신조로 다원주의, 입헌주의, 정부 권력에 대한 제한, 법의 지배를 핵심 요소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은 세계에서 아직 높은 편은 아니다. 현재 지구상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볼 수 있는 국가는 22국이며, 한국은 우선 독일과 같은 차상위급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한 뒤 더 나아가 스웨덴과 같은 최상위급 자유민주주의 반열에 들게 되는 발전의 행로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7월 13일 열린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서 IT 영재들이 프로그래밍 문제를 풀고 있다. /조선일보 DB

◇시민사회와 공론장을 부활시켜야

그렇다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까.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적 전개와 과제’를 발표하는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는 “더 나은 자유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선 진정한 정치 공동체의 시민 육성과 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위기’를 발표하는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냉전반공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빌미 삼아 자유민주주의를 공격하는 한국 좌파는 자유주의의 보편적 성취가 현대 민주주의의 실질을 구성한다는 교훈에 눈감았다”고 했다. 공론장에서 집단 편향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실성과 합리성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시민사회와 공론장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8·15 광복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두 날개로 날아가는 공화(共和)의 나라”라고 윤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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