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먼저 뜨고도… 새만금은 벌판, 푸둥은 ‘동양 맨해튼’
새만금 사업은 총 4만900ha(409㎢)의 땅을 새롭게 조성하는 단군 이래 최대 간척 사업이다. 면적만 따지면 우리 국민 한 사람에게 약 9.9㎡(약 3평)씩 나누어 줄 수 있는 크기다. 그러나 첫 삽을 뜬 1991년 이후 현재까지 매립을 완료한 면적은 48%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중국이 상하이 푸둥(浦東) 지역 간척지 공사를 시작해 이 지역을 마천루가 즐비한 금융 허브로 키워내 ‘동양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발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했던 중국과 달리, 한국은 정권 입맛에 따라 사업의 성격을 바꿨고 지자체는 세금·인프라 따먹기에만 혈안이 된 결과물이다. ‘잼버리 사태’ 또한 새만금의 누적된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소송으로 10년 허비
1989년 발표된 새만금 개발 계획은 중국 푸둥 지구 계획보다 5개월 빨리 나왔다. 1991년 첫 삽을 떴을 땐 순조로웠다. 그러다 1995년부터 환경단체 등이 방조제를 쌓자마자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던 ‘시화호’의 전철을 밟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6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을 때까지 사업이 멈췄다. 2010년 새만금 방조제 준공, 2011년 새만금 종합계발계획(마스터플랜) 확정 등의 과정을 거쳐서야 사업이 재개됐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호남 민심을 잡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라 부침이 심했다”며 “매립이 본격화된 건 몇 년 안 됐다”고 했다.
재개됐어도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만큼 농지 비율을 100%로 했던 최초의 계획을 바꾸는 건 필수였으나, 정권 입맛에 따라 청사진이 수시로 바뀐 게 문제였다.
◇MB ‘한국의 두바이’, 文 태양광 줄줄이 실패
이명박 정부 때는 당시 열풍을 일으킨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를 본떠 ‘한국의 두바이’(해양 개발 및 글로벌 허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지 비율을 30%까지 줄이고 ‘아리울’(’물의 터전’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는 이름의 신도시도 세우기로 했다. 이후 롤모델이었던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민간의 투자가 뒤따르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드 사태 이전까지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 때는 새만금을 대(對) 중국 전초기지로 삼으려고 했다. 2014년 7월에는 한중 정상이 양국 전용 공단을 조성키로 합의하면서 새만금이 국내 유일의 한중 경제협력특구로 지정됐다. 그 뒤 3개 업체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이후 소식이 없다.
문재인 정부 때는 새만금 사업의 정체성이 ‘재생에너지’로 둔갑했다. 2018년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를 하더니 새만금과 군산 인근 해역에 세계 최대 규모인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와 1GW급 해상풍력단지를 10조원을 들여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만금 면적 9.4%에 농지 대신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의 재생 에너지 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새만금 태양광은 ‘비리 복마전’이 돼 군산시청이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예산·SOC 따먹기에만 혈안 된 지자체
지자체 또한 새만금 사업을 SOC 나 예산을 따오는 수단으로 삼았다. 잼버리 유치를 구실로 예산 8000억원이 들어가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새만금 내부를 열십자(+)로 가로지르는 동서·남북도로도 최근 완공됐다. 예산만 7886억원이 들어갔다. 전북도는 잼버리 대회가 끝나고 남는 용지에 디즈니랜드와 비슷한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며 최근 작업에 착수했다.
한 토목 분야 전문가는 “야영지 조성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행정력으로 SOC 관리는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며 “국민들의 성토가 엄청나다. 지자체가 자진 반납할 건 해야 새만금 사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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