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잡는’ 中 국가안전부 모습 드러냈다… 되살아나는 문혁 망령
“아버지 그동안 왜 실종되셨던 겁니까?” 중국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일컬어지는 국가안전부가 지난 7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공개한 선전 영상 ‘실종된 그대’에서 한 젊은 남성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자신이 간첩 잡는 국가안전부의 요원이란 사실을 털어놓는다. 영상 말미엔 “비밀스러운 전선에서 싸우는 모든 무명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나온다. 지난 3일 공개된 또 다른 선전 영상 ‘내가 있다’에서는 국가안전부의 각종 방첩 활동 장면을 보여주며 “나(국가안전부)를 찾으려고 하지 마라. 나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40년 만에 온라인 소통 창구를 만들고 적극적인 대외 홍보 활동에 나섰다. 간첩 잡는 정부 조직인 국가안전부가 비밀스러운 운영에서 벗어나 사회 전면으로 나오면서 중국에서 주민 간에 고발이 횡행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절의 살벌한 사회 분위기가 재현되고, 외국인 등에 대한 경계심이 과도하게 높아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안전부는 1983년 방첩 관련 기관 등을 통합해 출범한 기구다. 미국의 CIA(중앙정보국)·FBI(연방수사국)와 비슷하다.
국가안전부는 지난 1일 부처 설립 이후 처음으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과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홈페이지 ‘12339.gov.cn’은 7월 1일 시행한 반(反)간첩법 개정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면서, 간첩 신고도 접수하고 있다. 홈페이지 주소 ‘12339′는 한국의 ‘111′과 비슷한 중국의 간첩 신고 번호다. 위챗 계정은 전 국민 방첩 활동을 홍보하는 장(場)이다.지난 1일 첫 글로 ‘반간첩법은 전 사회의 동원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안내문을 올리고 “인민 대중의 광범위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안전부가 베일을 벗고 전면에 등장하면서 중국의 내부 통제는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써즈 대만 양안정책협회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에 “안전부가 모습을 드러낸 주요 목적은 중국인에게 반간첩법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라며 “이 법은 사회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반간첩법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 시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장려한다”고 비판했다.
국가안전부가 미 CIA에 본격 대항한 프로파간다 전쟁을 벌이기 위해 소셜미디어 활용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CIA는 2006년 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대중과 소통을 시작했다. 2014년 6월 6일에는 트위터 계정을 열고 첫 글로 “이것이 우리의 첫 트윗인지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NCND’는 CIA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답변으로 즐겨 쓰는 말이다. 올해 5월에는 텔레그램에 ‘CIA에 안전하게 연락하기(Securely Contacting CIA)’라는 채널을 개설하고 정보원 모집 영상을 올리는 등 온라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미·중 경쟁은 향후 ‘간첩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미국과 그 우방국의 자국 내 정보 수집 활동을 원천 봉쇄하며 갈등을 키우고, 양국 간 간첩 색출도 빈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무역과 기술, 군사 분야에 이어 방첩 활동이 미·중의 주요 갈등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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