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악마퇴치법

차동욱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 2023. 8.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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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욱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

X대학의 P학과에는 A B C D E F G 7명의 교수가 근무하고 있었다. A교수가 가장 선임자였다. 그런데, C교수와 D교수는 자신들보다 선임자인 A교수와 B교수를 학과에서 쫓아내려 했다. C D 두 교수가 학과를 멋대로 운영하는데, 선임자들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선임자인 A교수가 1년간 연구년을 수행하기 위해 학과를 잠시 떠나 있는 동안 A교수가 담당해 오던 수업들을 A교수의 동의도 없이, 학과 회의도 거치지 않고 폐지하고는 C D 자신들이 할 과목을 대신 신설하는 짓까지 하였다. 이런 짓은 대학에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왜냐하면 A교수의 수업을 듣고 싶어 하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C와 D의 이러한 짓들에 대해 학과 나머지 교수들은 대학 본부 측에 하소연했지만 대학본부는 학과 내의 분쟁이기 때문에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과 내의 분쟁이라 할지라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면 대학본부는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총장 부총장을 포함한 대학본부의 주요 보직자들은 이미 C D와 학연을 중심으로 한 이익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본부 보직자들은 특히 A교수를 분란을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말썽꾼)로 취급했다. 진짜 트러블메이커인 C D를 비호하는 대학본부의 카르텔 때문에 P학과의 다른 교수들은 C D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C D는 학과장을 학과의 모든 교수가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대학의 순환보직제 규정도 무시한 채 둘이서 학과장직을 주고받으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하는 실험실습비를 자신들의 사적 용도로 유용하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C D를 비호하던 카르텔 세력의 대학 장악력에도 균열이 생겨 A교수가 P학과가 소속된 단과대학의 학장으로 취임을 하게 된다. A학장은 즉시 대학의 순환보직제 규정에 근거해 학과장을 교체해 줄 것을 본부에 요청하여 관철시키고, C D의 전횡에 제동을 건다. 대학본부의 비호세력의 힘이 약화된 것을 감지한 C D는 외부의 힘을 끌어들인다. 국가지원의 교육사업을 끌고 들어온다. C D와 학연으로 연결된 다른 대학의 교수들과 공모해 국가지원사업을 가져오고, X대학의 본부에 잔존하던 비호세력은 국가사업을 가져왔다는 명분으로 C D가 P학과를 다시 장악하는데 힘을 실어주려고 했다. 이 국가사업의 계획서에 적힌 내용대로 X대학이 협조하겠다는 총장의 서약이 있었기 때문에 C D는 국가를 등에 업고 총장에게 호통칠 수 있는 힘을 갖는 꼴이 되었다. 문제는 C D가 이 국가사업을 신청할 때 P학과의 나머지 교수들은 물론 X대학의 관련 부처 책임자도 모르게 신청했고, 본부 내 그들의 비호세력의 장난질로 사업 내용도 모른 채 총장이 서명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더욱이 C D가 가져온 국가지원 교육사업의 내용이 X대학이 추진하던 교육혁신사업의 내용과 충돌했기 때문에 대학본부 내의 혁신 그룹과 C D 비호 그룹 간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C D는 좋은 취지의 국가지원 교육사업을 악용해 X대학이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가는 혁신을 이루는 것을 막고 학생들에 대한 좋은 교육 제공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이야기는 특정 대학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고 필자가 상상력을 발휘해 적어본 사실 같은 허구이다. 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C와 D는,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의 생활 속에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악마의 예이다. 필자는 현대 과학은 다중 인격이라고 분석하고 동서양의 전통적인 믿음에 의하면 악귀에 씐 것이라 표현되는 악마 같은 인간들을 한 번씩 맞닥뜨린다. 상식과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다수에 의해 제압될 수 있는데, 문제는 다수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각자의 과거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소수에 의해 끌려간다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악마의 장난질을 막으려면 각자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불행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용기와 이타심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을 감추려는 인간의 비겁함이 악마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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