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93] 인형에서 인간 되기
최근에 개봉한 영화 ‘바비’는 바비 인형이 인간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이른바 ‘인간 되기’는 자신의 실존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고 그 대답을 스스로 찾아간다는 점에서 ‘인형 되기’와 구분된다. 외양적으로는 인간과 흡사하고 오히려 인간보다 더 깜찍하지만, 누구의 조종에 따르는 인형을 인격체라고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인간도 인형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방영 중인 ‘댄스가수 유랑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뷔 연차를 모두 합하면 129년이나 되는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단순한 추억 팔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춤추며 노래하는 그들에게서 오랜 연륜에서 우러난 여유와 삶의 지혜마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맏언니 격인 김완선은 과거에 매니저인 이모 한백희의 인형에 불과하였다. 어느 날 실존에 눈을 뜨고서 이모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녀가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여러 번 보며 자유를 깨닫고서 울었다고 술회한 바 있는데, 이는 인형에서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완선은 견디기 힘들었던 과거 어느 때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걸그룹 ‘핑클’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딘 이효리도 마찬가지다. 기획사의 요구대로 춤추고 노래하던 그녀는 유기견 ‘순심이’를 입양한 것을 계기로 인형에서 인간으로 거듭났다. 소신 발언으로 유명한 그녀가 직접 작사·작곡하고 노래한 ‘미스코리아’는 인간 이효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자고 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진 않아”라며 ‘불안한 미래’와 ‘사람들의 시선’을 과감히 떨치고 “나는 미스코리아(I’m a miss Korea)”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엄정화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때로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이나 김완선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이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이다”라고 한 것은 ‘댄스가수 유랑단’의 취지를 대변해준다. 전국을 유랑하며 무대를 꾸미는 그들에게서 추억을 떠올리는 대중은 그들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순간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며 친구가 되는 기쁨을 맛본다.
이효리가 언젠가 방송에서 언급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폴 발레리의 명언처럼, 주체적 사고는 인형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핵심이다. 고단하지 않은 삶은 없다. 그렇더라도 인형이 되지 않기 위해 질문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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