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6] 우연 아니면 필연
공자는 인재 쓰는 법을 간략히 곧은 자[直]를 찾아서 쓰고 굽은 자[枉=曲]를 내버려두면 백성들이 마음으로 복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때 곧은 자란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고 굽은 자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지도자는 사람을 쓸 때 그 사람 속내를 다각도로 점검하고서 잘 골라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잘하는 지도자에 대해 우리 조상들은 “지인지감(知人之鑑)이 있다” 혹은 “관인지법(觀人之法)을 갖추고 있다”고 칭송했다.
위나라 조조 참모 유소는 ‘인물지’라는 책에서 인재 고르는 법을 맛에 비유해 이렇게 말했다. “인사권자는 중화(中和)를 갖춰야 한다. 중화란 평담(平淡)하여 무미(無味)하다.” 이는 인사권자가 마음이 담백해야 제대로 사람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우리 입안이 싱거울 때라야 다섯 가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미 우리 혀가 다섯 가지 맛 중에 하나에 물들어 있으면 다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 않은가?
노자가 무위(無爲)를 말한 것도 이런 문맥에서다. 무위(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무행(無行)이라 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위(無爲)란 뭔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억지로 한다는 것은 이미 입맛이 뭔가에 깊이 물들어 있는 것과도 같다.
너덜너덜한 지경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을 살려보라고 만든 혁신위원회는 지금 김은경 위원장 문제로 엉망진창이다. 그에 앞서 위원장에 지명됐던 이래경씨는 발표 9시간 만에 과거 발언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물러난 바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대선 때 조동연이라는 인물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깜짝 발탁했다가 사흘 만에 사퇴시키는 일도 있었다.
모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기 손으로 한 인사에서 일어난 사고다. 우연이 세 차례 이어진 것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평담 무미하지 못한 이 대표 입맛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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