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뜀틀넘기 같은 삶

임진주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2023. 8.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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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이 싫었다. 뜀틀넘기 때문이다. 1단, 2단은 쉽게 넘었는데, 3단부터가 문제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됐다. 뜀틀에 몸을 부딪치기만 했다. 나중에는 뜀틀 앞에서 멈췄다. 어차피 못 넘을 테니까,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였다. 그때 뜀틀은 고층 빌딩처럼 보였다. 절대 넘지 못할 것처럼 높았다.

어른이 돼서도 뜀틀넘기를 할 줄 몰랐다. 삶은 뜀틀넘기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다. 뜀틀을 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뜀틀은 한 번에 넘기 어려운 것만 나타났다. 넘기 쉬운 건 얼마 안 됐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뜀틀을 넘었다.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었다. 뜀틀넘기를 못하는데도 뜀틀을 넘어야 했다. 눈앞의 뜀틀을 넘으면, 다른 뜀틀이 나타났다. 내 삶이 낮은 뜀틀을 넘는 데 그치지는 않을까. 여기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는 없는 걸까.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뜀틀넘기쯤은 가뿐하게 해낼 줄 알았다. 무슨 일이든 알아서 척척 해내고, 힘든 일은 가볍게 털어낼 줄 알았다.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대학생, 취업 준비생, 직장인을 거치면서 내가 나이만 먹은 미성숙한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괴로웠다. 내 안의 미숙함을 질책했다. 그냥 다 포기할까. 다른 사람은 뜀틀을 쉽게 넘어가는데, 나 혼자만 넘지 못하니까 초조했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성공할지도 몰라. 어리석은 기대를 하며, 다시 뜀틀 앞에 섰다. 때로는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나도 모르게 높은 벽을 넘어서는 순간.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 한 번 기적을 맛보면 잊을 수 없다. 인생은 가혹하다. 기적은 잠시뿐, 새로운 시련이 찾아온다. 나는 여전히 뜀틀넘기가 무섭다. 한 번에 성공하기보다는 다칠 때가 더 많다. 그래도 계속 뜀틀을 넘을 거다. 너무 높다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못 넘어도 괜찮아. 언젠가는 한계를 넘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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