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새콤 사랑 이야기… 내 굳은살 안에도 말랑한 마음이 있었네요”

최지선 기자 2023. 8.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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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람들의 새콤한 사랑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어요. 순수함을 그리워하면서 영화를 찍다 보니 제 굳은살 안에도 말랑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유해진은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데 서로 케미가, 호흡이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상대역이 누구라도 걱정을 아주 많이 했을 것"이라면서 "희선 씨가 워낙 밝고 에너지가 많아서 찍는 내내 참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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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첫 코믹 로맨스 영화 ‘달짝지근해’ 15일 개봉
“상대역 김희선 에너지 넘쳐, 촬영 내내 행복하게 작업
‘그땐 이렇게 사랑을 했었지’… 나도 잊고있던 감정이 떠올라”
“순수한 사람들의 새콤한 사랑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어요. 순수함을 그리워하면서 영화를 찍다 보니 제 굳은살 안에도 말랑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데뷔 25년 만에 첫 코믹 로맨스물에 도전한 배우 유해진(53·사진)의 말이다. 노름꾼 양아치 조폭 광대 해적…. 그의 역대 필모그래피는 험악하고 기구한 인물 역할로 빼곡하다. 쌍꺼풀 없는 눈과 튀어나온 광대와 입, 그을린 피부는 주로 겁을 주거나, 겁을 먹는 역할에 최적화돼 어느 영화에서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치호(유해진·왼쪽)와 일영(김희선)이 강릉 여행을 떠나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영화는 천재 제과회사 직원이지만 어리숙한 치호와 통통 튀는 싱글맘이자 대부업체 직원 일영의 코믹 로맨스를 그렸다. 마인드마크 제공
그런 유해진이 처음 도전한 코믹 로맨스물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15일 개봉한다. 유해진의 상대역은 무려(?) 배우 김희선이다. 영화는 어리숙하고 어딘가 조금 모자란 남자 치호(유해진)가 씩씩한 싱글맘 일영(김희선)을 만나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 유해진 특유의 코믹한 연기에 김희선의 통통 튀는 매력이 더해져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팬데믹 이후 씨가 마른 한국 로맨스 영화판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득이’(2011년) ‘증인’(2019년)의 이한 감독이 연출을, ‘극한직업’(2019년)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개봉을 앞둔 배우답게 부담감과 걱정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는 “(개봉 직전) 이때쯤 되면 늘 힘들다”면서 “반응이 두려워서 언론 시사회 때 극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시사회 반응은 좋았다.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이 계속 터졌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영화에서 잘 살았을지 궁금했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했다.

영화는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 조금 어리숙하지만 천재적인 능력으로 제과회사 연구원이 된 치호가 백수건달인 형 석호(차인표)의 도박 빚을 갚아주다가 대부업체 직원인 일영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일영 역을 맡은 김희선은 이 작품으로 1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유해진은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데 서로 케미가, 호흡이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상대역이 누구라도 걱정을 아주 많이 했을 것”이라면서 “희선 씨가 워낙 밝고 에너지가 많아서 찍는 내내 참 행복했다”고 했다. 김희선은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 씨가 로맨스 상대역이라고 했을 때 고민할 생각도 안 했다. 예능에서 본 모습이 소탈하고 성격이 좋아 케미가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유해진은 특히 순수한 사랑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극중 치호는 농담이 농담인지 모르고, 유머도 달달 외워야 구사할 수 있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처음 찾아온 사랑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겠느냐”며 “(일영과) 처음으로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엄청 울었다. 치호에게 감정 이입해서 첫사랑이 떠난다고 생각해보니 상대를 잡지도 못하는 그 감정이 엄청 날 거 같아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그는 “저도 잊고 있었던 감정, 내가 이렇게 사랑을 했었지 하는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윤제균 감독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었고 세 번 이상 울었다. 다음엔 정통 멜로를 해도 좋겠다’고 하더라”며 “큰 영화는 큰 영화대로 더 잘 되고 우리 영화같이 편하게 보고 나서 생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안블록버스터’도 계속 만들어져야 관객들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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