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관치보다 무서운 ‘정치 금융’
권력과 대중 환심 사려는 ‘정치 금융’ 아닌가
임기 1년을 넘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만나 본 금융인들은 특수통 검사 출신 답지않게 겸손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공식 회의 석상에서는 듣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나면 메신저로 인사성 밝게 챙긴다고 한다. 답장도 바로 와서 그의 소통 태도를 좋아하는 기자도 많다.
반면 실세 금감원장의 월권을 우려하고, 금융 산업에 대한 근본 철학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정책은 있는데 금융은 없다”며 그의 메시지에서 금융 전문성을 읽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뒤섞인 평가는 그에게서 정치 냄새가 풍기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대중의 환심을 사려는 포퓰리즘이 정책의 동인(動因)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생 금융으로 포장한 대출 금리 인하다. 지난해 6월 취임 2주 만에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을 압박했다. 그가 시중은행을 한 곳씩 방문할 때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 인하 및 서민 상생 패키지를 풀었다.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 지원책이 하나씩 흘러나왔다. 이른바 ‘도장 깨기’는 시중은행을 돌아 지방은행을 거쳐 카드사, 보험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출 금리 개입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효과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인플레와 싸우기 위해 기준 금리를 2%p 이상 올리자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면서 작년 10월 4% 후반까지 올랐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3%대를 등락하고 있다. 집값이 꿈틀대며 주담대가 급증하고 ‘영끌 빚투’가 다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올린 거시적 효과가 금감원의 개입 때문에 미시적으로 반감된 것이다. 미 연준이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기준 금리를 0.25%p밖에 올릴 수 없었을 때 대출 심사 강화 등 미시 정책으로 부족한 금리 인상분을 보완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대출 금리 개입은 빚을 낸 사람들의 환심을 샀을지는 모르나, 가계 부채와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하는 정부에 큰 부담을 안겼다.
대중은 은행들이 ‘금리 장사’로 편하게 돈을 벌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비판할 수 있다. 상당 부분 은행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감독 당국의 수장은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먼저 염두에 둬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돈을 벌어 방파제를 더 쌓기를 주문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예·대금리 차를 이용해 편하게 장사하는 것은 도덕적 차원이 아니라 은행의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 질타해야 한다. 작년 기준 세계 100대 은행에 우리는 겨우 6곳이 포함됐고, 그나마 가장 높은 은행 순위도 62위에 불과하다.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세계 정상 수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20년 전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금융 허브’ 구축 목표를 세웠으나, 우파 정부에서 산업적으로 금융을 키우는 비전이 없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사실 이 대부분은 본래 금감원장과 관련이 없는 것이다. 금리 정책은 한국은행이 하는 것이고, 금융 산업 구축과 제도 정비는 금융위원회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은행들의 해외 투자 설명회(IR)에 감독원장이 끼는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외압으로 수익성이 나빠져 한국을 떠난 외국 투자자들 앞에서 감독 당국 수장이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대중 앞에 너무 자주 나서는 바람에 공연히 비판받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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