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벌써 18만원 내고 나면 저까지 죽어요”
코로나 봉쇄가 한창이었다. 사회의 모든 역량이 방역에 쏠려있는 것 같았다. 응급실에서도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복잡한 절차가 생겼다. 그중 전염병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환자가 왔다. 중년 남성이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걷지 못해서 구급차를 타고 온 그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없었다. 그는 일반 구역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의 체구는 좋은 편이었지만 말라 보였다. 피부가 지저분했고 머리칼이 눌려 있었다. 평소 덮던 이불까지 그대로 실려와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지 오래되어 보였다. 그는 양쪽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아픈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다친 적은 없고 평소 당뇨를 앓았다고 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둘은 끔찍한 조합이었다. 마스크를 고쳐 올리고 이불을 걷어 환부를 보았다.
절망적인 다리였다. 괴사가 진행되면 피부는 생명의 빛깔을 잃어버린다. 정강이 아래에서 살색이라고 부를만한 부위는 발가락 하나 정도밖에 없었다. 발의 살갗이 온통 검고 울퉁불퉁했다.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막상 압통은 심하지 않았다. 근육이나 신경까지 녹아서 움직일 수 없고 감각 또한 없는, 누가 보아도 절단이 필요한 다리였다.
나는 다른 상황을 확인했다. 괴사가 오래 진행되어 발열이 없고 나이가 젊은 편으로 생체 징후는 안정적이었다. 정형외과로 입원시켜 발을 절단하면 되었다. 의료진은 괴사 범위와 기능, 재활까지 고려해서 알맞은 절단 부위를 정할 것이다. 또한 당뇨 교육도 병행할 것이다. 일단 족부를 절단하면 두 번째 괴사는 흔치 않았다. 대체로 다른 치명적 합병증이 먼저 오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걸을 수 없는 환자의 인생도 아마 거기까지일 것이다.
그러나 입원 처리가 순탄치 않았다. 빨리 입원시키고자 알아보니 간병 문제가 있었다. 그는 다리를 쓸 수 없으니 누군가 발이 되어주어야 했다. 간병인은 가족 중 한 명이나 업체를 통해 호출해야 했다. 또 간병인은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내야 했다. 하지만 심야에 검사를 받아 올 수 없으므로, 간병인을 응급실에 접수시켜 코로나 검사를 했다. 이 비용은 원칙상 보험이 되지 않아 18만원이었다. 간병해야 하는 그의 어머니가 비용 지불을 거절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면담했다. 고령에 체구가 작았다.
“바로 입원하시는 게 좋습니다. 환부가 좋지 않아 빨리 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괴사가 오래되었을 텐데 모르셨는지요.” “얘가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일이 없다고 방에 누웠어요. 정말 온종일 꼼짝하지 않고 핸드폰만 보는 거예요. 뭐라도 해보라고 하면 신경질을 내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어요. 저도 일하느라 바쁘고 지쳐서 밥만 차려주고 더 이상 간섭을 못 했어요. 냄새가 나도 안 씻어서 그런가 보다 했죠.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둘의 몸집은 현격히 차이가 났다. 고령인 어머니가 손쓸 틈이 없어 보였다. 생존을 넘어서는 일은 이들에게 사치였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치료해야죠.” “선생님 제가요, 30년간 파출부를 했어요. 간신히 한 달에 50만원쯤 벌어요. 코로나 때문에 일도 줄었어요. 그런데 이건 병원비도 아니고 입장비잖아요. 그것 때문에 18만원을 낼 수는 없어요. 진짜 돈이 없어요. 내일 아침에 검사를 받아서 올 테니 기다렸다가 입원할게요. 치료가 하루 이틀 늦어져도 상관없어요. 벌써 18만원 내면 진짜로 저까지 죽어요.”
할 말이 없었다. 누군가는 전염병에 맞서 사회 봉쇄를 선택했다. 누군가는 전염을 막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의무로 정했다. 누군가는 상황에 맞게 일자리를 줄였다. 누군가는 환자를 빨리 입원시키고 누군가는 다리를 어디서 절단할지 판단한다. 그런 것이 누군가에겐 하등 무의미하다. 누군가는 18만원을 내면 당장 죽기 때문이다. 전염병은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공평하지는 않았다. 일반 구역 환자가 입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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