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도 견제했던 제자이자 연인… 조현병 이기지 못하고 외로이 떠났다
카미유 클로델(1864~1943년)은 프랑스의 여성 조각가다. 그녀는 19세에 유명 조각가 43세 로댕의 아틀리에에서 조수로 일하게 된다. 로댕 작품 <칼레의 시민> <지옥의 문> 등의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둘은 스승과 제자였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로댕은 당시 동거녀가 있었다.
카미유가 1897년에 완성한 <성숙의 시기, The Mature Age>이라는 작품은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로댕의 모습을 표현했다. 카미유는 빼어난 미모에 자존심이 무척 강했지만, 이 조각상에서는 자신을 무릎 꿇고 남자에게 애원하는 모습으로 그렸다. 평론가들은 이를 어쩔 수 없는 운명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멀리 흩날리는 천은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가는 상황을 뜻한다.
카미유의 조각 인물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그 덕에 명성이 높아지자, 로댕은 카미유를 견제하기도 했다. 그녀는 로댕과 헤어지고 나서 독립 작가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등지고 숨어 지내게 된다. 조현병 증세로 상당 기간을 정신병원에 갇혀 살다가 79세에 죽음을 맞았다.
조현병(옛 정신분열병)은 망상이나 환각, 환청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혼란된 상태,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줄어든 뇌 질환이다. 정신질환으로 우을증 다음으로 많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생물학적 취약성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석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험 쥐 연구에 따르면, 어미가 태어난 새끼를 충분히 돌봐 주면, 정신질환을 자극하는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뇌가 형성될 수 있다”며 “카미유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에 굶주리며 살았는데, 그것이 조현병의 원인은 아니더라도, 그런 경험이 그녀 인생 전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삶에는 모든 걸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복잡한 사회적 요인들이 곳곳에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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