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루밍족’의 필수품, 갓끈에 구슬·보석 번갈아 꿰어

전은정 국립해양박물관 전시기획팀 학예사 2023. 8.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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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유통시장을 보면 명품 브랜드 소비층에서 남성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꽤나 멋 내기에 관심이 있었던 조선 시대 남성들의 대표적 장신구는 뭐니 뭐니 해도 '입영(笠纓)'으로 불리는 갓끈이 아닐까 싶다.

갓을 장식하는 장식품은 크게 갓의 정상을 장식하는 '입식(笠飾)'과 갓 안쪽에 고정하여 턱 밑으로 늘어뜨린 장식적인 갓끈인 '입영(笠纓)'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신분에 따른 소재 제한이 있어 조선 초기부터 법으로 규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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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 대모 갓끈

- 신분에 따라 소재 엄격한 제한
- 기능보다 장식 치중한 사치품
- 작지만 가치 높아 뇌물로 쓰여

최근 국내 유통시장을 보면 명품 브랜드 소비층에서 남성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그루밍족’(자신의 외모를 꾸미는 데 투자하는 남성)이 유통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와 같은 남성의 장식 욕구는 과연 최근만의 현상일까? 남성들이 귀를 뚫어 장신구를 다는 피어싱은 최근의 유행인 것 같지만, 조선 시대에도 ‘귀걸이 금지령’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남성의 귀걸이 착용이 성행하여 귀를 뚫은 흔적으로 조선인과 외국인을 구별했다고도 전한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대모 갓끈. 대모는 바다거북의 한 종류이다.


꽤나 멋 내기에 관심이 있었던 조선 시대 남성들의 대표적 장신구는 뭐니 뭐니 해도 ‘입영(笠纓)’으로 불리는 갓끈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갓’이라 부르는 흑립(黑笠)은 조선시대 양반 남성이 외출 시 착용한 대표적인 모자로, 문자 그대로를 풀어 쓰면 검정색의 ‘입(笠)’이라는 쓰개를 말한다. 갓을 장식하는 장식품은 크게 갓의 정상을 장식하는 ‘입식(笠飾)’과 갓 안쪽에 고정하여 턱 밑으로 늘어뜨린 장식적인 갓끈인 ‘입영(笠纓)’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신분에 따른 소재 제한이 있어 조선 초기부터 법으로 규제하였다.

갓끈은 갓을 머리 위에 고정시키기 위해 턱 밑에 매는 실용적 구실을 하던 것인데, 점차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장식적인 구실도 겸하게 되었다. 갓끈이 기능보다 장식에 치중하게 되면서 사치를 조장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갓끈은 크기가 작지만 가치가 높고 남의 눈을 피해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점을 가진 물건이었기에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갓끈이 뇌물로 사용된 사례도 여러 건 나온다.

조선 시대 국가의 큰 행사와 경사 등이 있을 때 소요되는 물품의 목록과 수요를 적어 올리던 ‘궁중발기’에 보이는 갓끈의 재료에는 대나무, 송진 등이 굳어진 보석인 호박(琥珀), 석영질의 보석인 마노(瑪瑙),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산호(珊瑚)와 대모(玳瑁) 등이 있다. 이중 대모는 바다거북의 일종을 말한다. 대모의 등딱지는 단단한 경도와 깊고 오묘한 빛깔로 장식품이나 공예품을 만드는 데에 쓰이곤 했다. 대모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은 대모를 모방해 만든 유리 대모 갓끈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대모로 만든 갓끈은 작은 구슬을 연속으로 꿰거나, 구슬과 대롱 모양을 번갈아 꿰곤 하였는데,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갓끈은 후자에 속한다. 가운데에 육각형 판을 배치해 장식 효과를 강조한 갓끈을 보면, COVID-19로 수년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각자 알록달록한 마스크 줄을 달아 개성을 뽐내던 현대인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장식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가 보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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