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란 잔소리 대신… 부모가 같이 읽어주고 직접 골라주세요”
곤충-역사 등 좋아하는 분야서… 아이 수준보다 조금 높은 책으로
학습만화에 빠지면 줄글 안 읽어… 독후감 강요 땐 독서 흥미 잃기도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정공법은 독서다. 따라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초등 독서의 힘’, ‘초등 독서 질문 사전 99’의 저자이자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 대표인 심영면 서울 아현초 교장(59)으로부터 초등학생 자녀의 독서를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을 들어봤다. 심 교장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얘들아, 함께 읽자!’라는 책 읽어 주기 운동을 하며 익힌 독서 지도 노하우를 학부모들에게 강의해 오고 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보통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책 읽어’라고 하는데 그러면 아이가 흥미를 잃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건 취학 전 아동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을 텐데 아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듣는 재미를 느낀다. 그러다 스스로 읽는 재미와 다른 책도 읽고 싶은 마음으로 연결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책이 상당히 두꺼워져 부모가 읽어주기 버거운데….
“조금 두툼한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줄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부모가 10∼20분이라도 읽어주고 ‘나머지는 혼자 끝까지 읽어볼래?’라며 아이 주변에 놓아두면 된다. 책의 일부분이라도 읽어주고 아이 주변에 놔주고 권하는 게 아이가 독서를 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아이도 두꺼운 책은 시작하는 게 두려운데 부모와 함께 읽기 시작하면 읽는 힘이 생긴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골라주면 될까.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면 된다. 아이가 곤충에 관한 책을 좋아하면 다양한 생태 도감이나 곤충 그림책을, 고구려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그 당시 활동했던 사람들의 내용을 쓴 책을 권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의 현재 수준보다 약간 높은 책을 권하는 게 좋다. 너무 어려운 책은 안 된다. 아이가 전혀 관심 없던 책을 권할 때는 아이에게 그 책을 사 왔다고 알려주고 ‘지난번에 사준 책도 혹시 읽어 봤니?’라며 기다려줘야 한다. 억지로 읽히려고 하면 안 된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가.
“아이의 감정을 지나치게 증폭시키거나 불안하게 하는 책은 피해야 한다. 공포물이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이 나오는 건 아이에게 상처로 남는다. 이야기 구성이 엉성하거나 불순한 의도가 있는 책도 나쁜 책이다. 부모가 읽어보니 재밌고 아이가 읽었을 때도 재미있겠다 싶은 게 좋은 책이다. 좋은 책만 쏙쏙 골라줘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벗어나는 게 좋다. 직접 만든 음식만 좋은 게 아니다. 가끔 배달 음식, 밀키트를 먹이더라도 꾸준히 먹인 힘이 아이를 키운다.”
―‘학습만화’에 빠져 다른 책을 안 읽는데….
“만화는 쉽고 재미있지만 어휘나 문장을 익히기엔 부족하다. 학습만화라고 하지만 그건 만화다. 수십 권 읽어도 그걸로 내용을 다 배울 수는 없다.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을 학습만화가 너무 빼앗는다. 특히 만화만 읽다 보면 아이들이 줄글로 된 책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뻥튀기를 간식으로 먹는 건 괜찮지만 매일 그것만 먹으면 안 되지 않나. 부모는 아이에게 만화책이 왜 안 좋은지 설명해주고 책장에서 만화책을 빼고 다른 책을 읽어줘야 한다. 이건 1∼3년도 가는 긴 싸움일 수 있다.”
―독후 활동은 얼마나 해야 하나.
“책을 많이 읽고 독후 활동을 조금 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조금 읽고 많이 활동시키는 건 안 된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가 제대로 책을 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독후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독후 활동이 과도해져서 독서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면 안 된다. 그냥 ‘오늘 무슨 책을 읽었다’ 정도의 간단한 기록만 해도 된다. 아니면 부모가 ‘난 그 책에서 주인공이 한 행동이 좀 그렇더라’ 식으로 가볍게 대화를 나눠도 된다. 꼭 독후감, 퀴즈, 골든벨 등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아이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면 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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