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80% 빠졌다… 코인보다 출렁이는 테마주

유소연 기자 2023. 8. 10.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차전지 이어 초전도체 광풍

이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주(株) 광풍이 불면서 일부 종목은 가상 자산(코인)보다 훨씬 심한 등락 폭을 보이고 있다.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개인 투자자의 불안 심리에 테마만 옮겨가며 일부 종목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증시가 투전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비트코인이 하루 2% 내외의 등락 폭을 보이는 반면, 덕성·서남·서원 등 초전도체 대표 종목은 8일 오전 상승하다가 오후에 미국발(發) 부정 평가가 나오고 급락하자 하루 동안 변동 폭이 40%를 넘기기도 했다. 9일은 서남(-18.8%)·덕성(-7.1%)·서원(-3.9%)·모비스(-1.4%)가 하락을 이어갔다.

그래픽=김하경

◇‘초전도체’ 언급 되자 주가 60~80% 변동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9일까지 10거래일간 초전도체 종목은 고점 대비 저점 하락 폭이 60%를 넘겼다. 반 토막도 더 났다는 뜻이다. 10거래일간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힌 종목의 주가는 고점과 비교했을 때 60~80%씩 빠졌다.

같은 기간 오히려 코인 시장은 잠잠했다.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을 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은 고점 대비 저점 하락 폭이 3~4%대에 그쳤다. 변동성이 컸던 리플도 12%였다.

지난달 말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인 LK-99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초전도체와 조금이라도 연관됐다고 알려진 종목이 모조리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픽=김하경

한 주당 3000원대이던 서남은 초전도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를 만든다는 이유로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 4일 주가 급등으로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고, 회사가 공식적으로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성이 없다고 공시했음에도 7일 상승한 데 이어 8일 한때 1만5000원을 넘기기도 했다.

덕성은 과거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반도체 관련 사업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비철금속 제조업체인 서원은 초전도체가 구리 물질을 이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초전도체 광풍’에 휩싸였다.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엘앤에스벤처캐피털이 지분 9.37%를 갖고 있는데, 이 앨앤에스벤처캐피털의 50% 넘는 지분을 신성델타테크가 갖고 있다는 이유로 신성델타테크도 관련주로 분류됐다.

◇580억원 순매수한 개미… 일부 손실 추정

이런 테마주에는 개미들이 몰렸다. 지난달 27일부터 9거래일간 개인 투자자들은 초전도체 관련주를 약 580억원 순매수했다. 신성델타테크(146억원), 서남(95억원), 한양이엔지(90억원), 아모텍(85억원) 등에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지난 8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 물리 이론 센터(CMTC)가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다”고 주장하자, 관련 종목은 일제히 하락했고 9일에도 일부 종목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이어갔다. ‘묻지 마 투자’를 한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 구간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7일부터 지난 8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서남 평균 매수 단가는 9880원이다. 덕성은 9460원, 모비스는 3760원이다. 상승기에 팔아치웠다면 다행이지만, 종목이 하락 마감한 9일까지 주식을 갖고 있는 개미들은 이날 종가 기준 각각 27%, 18%, 26% 손실을 본 셈이다.

그래픽=김하경

◇리딩방 기승, 시세 조종 경고도

이차전지 광풍이 불었던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약 27조원으로 1월(13조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차전지 종목의 등락 폭이 극심했던 지난달 26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는 하루 동안 고점 대비 저점 하락 폭이 22~27%였다.

테마주 열풍 속에 매수·매도 종목을 찍어주는 리딩방도 기승이다. 주로 단체 채팅방에서 ‘어떤 종목이 오늘 얼마에 마감 예정이니 지금 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매수 권유가 난무한다.

시세 조종 경고도 나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종목 조정이 8일 오후 2시부터 20분 만에 완료됐다”며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고 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투자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짧은 시간에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초전도 테마로 시세를 이끈 기존 매수자가 팔아치우며 주가가 확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