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 수사했을 뿐인데 해임” vs “보고서 이첩 보류 명령 어겨”
국방부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3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수사 보고서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받고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같은 지시를 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첩을 강행하며 항명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보직 해임됐고 집단 항명 혐의로 군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반면 박 대령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직간접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보류 명령 자체가 없었으니 항명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박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하셨고 이 지시를 적극 수명(受命)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를 장관 소속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항명 혐의에 연루된 해병대 수사단이 관련 업무를 계속 맡는 건 부적절하다며 재조사를 명령한 것이다.
● “명백한 항명” vs “거부할 명령 없었다”
국방부와 박 대령 간 최대 쟁점은 이첩 보류 명령이 있었는지다. 박 대령은 지난달 31일 채 상병 사망 경위에 대해 기초 수사한 내용을 언론과 국회에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고 시간 직전 돌연 취소됐다. 그 이틀 뒤 박 대령은 이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박 대령은 즉각 보직 해임됐다. 이첩 보고서는 회수 조치됐다.
국방부는 이 장관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대령은 2일 이첩 때까지 장관 지시를 전달받지 않았다고 맞섰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 장관을 만나 수사 내용과 이첩 계획을 보고했고 장관이 보고서에 서명하며 이첩 명령을 한 만큼 오히려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 측은 “명령 내용이 보류로 바뀌었더라도 서면 등 공식 경로로 바뀐 명령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통해 보고서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이첩 보류 관련 내용을 들은 바 있지만 이는 이들의 사견이었을 뿐이라고도 했다.
● “윗선 개입” vs “개입 일절 없어”
이 장관이 결정을 뒤집은 시점이 대통령 국가안보실이 지난달 30일 수사 내용이 담긴 언론 브리핑 자료를 미리 받아본 직후여서 의혹은 더 증폭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임 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려던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보고서에 초급 간부에게까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건 과하다며 우려했다”며 “보고서에 서명할 때부터 이런 우려를 하다 다음 날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 급히 보고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법무관리관에게 지시하며 이첩 보류를 명령한 것이지 윗선 개입은 없었다”고 했다.
이첩 보류는 보고서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였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임 사단장 등 8인에 대해 혐의가 명시된 보고서가 경찰로 이첩되면 경찰 정식 수사에 지침을 주는 격이 된다는 것. 국방부는 “보고서에는 각자의 과실과 채 상병 사망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관련 훈령에 사건을 경찰에 넘길 때 죄명을 명시하게 돼 있음에도 죄명을 빼라는 건 부당한 지시라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는 9일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 수사 보고서를 즉시 경찰에 다시 넘겨야 한다”며 “집단항명죄 수사도 보류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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