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경제 논리에 짓눌린 문화
3일간 15만명 넘게 찾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의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한여름의 최강 불볕더위보다 더 강력한 열기를 뿜어냈다. 눈길 끄는 축제가 빈약한 인천에서 전국적으로 명함을 내놓을 만한 문화행사로 자리 잡고 있어 다행스럽다. 충남 보령 머드축제, 경남 진주 유등축제, 전남 함평 나비축제, 강원 강릉단오제와 비견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백제 사신들이 중국을 왕래할 때 입출항했던 국내 최초의 무역항 ‘능허대’가 있는 연수구의 자랑거리가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연수구의 최근 문화 풍토를 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며 ‘연수문화예술회관’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가 하면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국고 지원을 이끌어낸 연수구 기초거점 ‘꿈꾸는 예술터’의 국비 20억원을 반납해 버렸다. 문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여러 예술가, 시민들의 참여로 기획·추진한 다양한 문화예술사업들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문화도시 예비사업 추진을 위해 2년간 혈세 20억원가량 쏟아부은 만큼 최소한의 결실이라도 거둬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또 연수문화재단 대표가 임기 절반만 채운 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표를 낸 데 이어 재단 직원들의 이직이 줄을 잇고 있어 가관이다. 문화예술진흥과 시민문화증진에 진력해야 할 문화재단이 한순간에 방향타를 잃어버렸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전국에서 파행을 겪는 기초문화재단이 꽤 생겨났는데, 이 중 연수구의 정도는 심각 수준이라는 평이다. 문화예술계에선 “새로운 지역 수장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시민 요구에 맞춰 준비됐던 사업들이 무시되고 문화재단 운영도 파행을 겪기 일쑤”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몇 재단 활동의 면면을 비교해봤다. 연수문화재단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은 올해 1~8월 사이 총 15건에 불과했다. 문화정책포럼과 송도해변축제 개최, 꿈의 댄스팀 모집 등 월 2, 3건으로 빈약했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춘천문화재단은 8월에만 예술교육, 전시, 공연 등 50여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밀양, 완주문화재단에도 부러운 프로그램이 수두룩했다. 인구 4만~5만명의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지역 특색을 살리려는 참신한 문화프로그램이 많다.
2014년 지방선거 직후 인천아트플랫폼이 어렵사리 확보한 백령도 평화미술프로젝트의 국고 지원금 10억원을 반납해 원성을 산 바 있다. 연수구가 문화예술교육의 촉매제 역할을 할 꿈꾸는 예술터를 포기하는 우를 범했다. 지속가능하고 장기적 관점이 아닌 대중적 기호나 경제적 타당성을 우선시하는 태도로 문화 행정을 펼치는 한심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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