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왜에 잡혀간 도공들, 왜 귀국 포기했을까?

경기일보 2023. 8.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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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前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가 돼 끌려간 사람이 적게는 3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 상당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는 조선 양반이나 군인, 승려도 있었지만 도자기를 굽는 도공(陶工)이나 활자를 만드는 기술자, 염색 물감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많았다.

특히 임진왜란 때 군대를 이끌고 참전한 다이묘라고 하는 번주(蕃主), 즉 영주들은 도공들이나 기술자들을 무조건 끌고 갔다.

전쟁이 끝나자 일본은 조선에 친교를 여러 번 청했는데 우리는 우리 왕릉을 도굴한 도굴꾼을 압송해 올 것과 우리 사신이 가서 잡혀간 조선 포로들을 전원 송환하는 조건으로 수교를 허락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조선통신사’인데 처음에는 ‘통신사’라 하지 않고 ‘회답과 쇄환사’란 이름으로 일본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쇄환(刷還)’이란 뜻 자체가 빗자루로 쓸어오듯 우리 조선인 포로들을 모두 데려오겠다는 것으로 나라의 굳은 의지로 표현했던 것. 그러나 막상 조국으로 돌아온 것은 3천명 정도에 그쳤다. 특히 기술자들은 귀국을 포기하고 일본 땅에 안착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조선에서는 기술자가 하층 천민 대접을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공에 대한 대우는 극진해 ‘사무라이’급 예우를 받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도자기의 신문명을 일본에 심었고, 나아가 일본 도자기의 유럽 시장 진출로 일본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것.

충남 공주 출신의 이삼평은 ‘신(神)’으로까지 모셔진 신사(神社)가 있을 정도고 심수관, 박평의의 후손들 역시 ‘사쓰마도기’라고 하는 일본 도자기의 새 장르를 개척한 공로로 크게 존경받고 있다. 일본 역사에 대단한 공헌을 한 것이다. 박평의의 후손 중에는 도공의 길을 거부하고 관계로 진출해 2차 대전 시 외무대신(외무부 장관)을 두 번이나 역임한 도고 시게노리(한국명 박무덕)도 있다. 그는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복역 중 사망했다. 이렇게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전혀 다른 일본에서 아무리 조국이라고 하지만 천민 대접을 받는 조선에 돌아가고 싶었겠는가? 그들이 조국에서는 왜 창조적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포로가 된 일본에서는 가능했을까? 성리학이 통치 이념이 된 조선왕조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철저한 위계질서로 찌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됐고 결국 조선의 패망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기술 전쟁’의 시대다. 특히 반도체, 수소에너지,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첨단 기술이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며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이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느냐가 그 핵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내년까지 이들 3대 기술 인력 1만3천명을 양성할 계획이며, 대전시, 대구시 역시 별도의 반도체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비상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자랑하는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지난 7월27일 반도체 인력양성 프로그램 약정서를 체결하는 등 외국대학에까지 손을 내밀어 기술 인력 경쟁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우리 반도체 기술과 자동차 기술을 빼내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침투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는 365일 밤낮 없이 기술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반도체, 수소에너지,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핵심 기술 인력은 물론 모든 기술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기술자들을 천민 취급했던 조선왕조의 어리석은 발자취를 되밟지 않기 위해 기술 인력에 대한 의식 전환과 처우 개선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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