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은둔외톨이 3만... 침묵의 그늘 너머 손 내밀어야

경기일보 2023. 8.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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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일본이 먼저 겪었다. 틀어박히다는 의미의 히키코모리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부터 나타났다. 버블경제가 꺼지던 1990년대에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어느 사이 우리도 쉬쉬 할 수만 없을 정도로 이 문제가 커져 있다고 한다. 추계에 불과하지만 인천에서도 2만~3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특히 청년층의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더 걱정이다. 우리 이웃의 일부가 꼭꼭 숨은 채 병든 잎처럼 시들어가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내년부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3월 제정한 ‘인천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에 따른 사업이다. 조사를 토대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사업을 맡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2만7천~3만6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인천 인구의 1% 정도다. 이웃 100명 중 1명은 은둔형 외톨이인 셈이다. 이 중 19~39세의 청년은 8천여명으로 나온다. 지난 3년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사태를 더 키운 것으로도 보인다.

경기일보가 만나 본 한 은둔 청년의 사연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식물인간으로 투병해 온 아버지의 죽음 이후부터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10년이 넘도록 숨어지낸 그에게는 청춘의 기억이 백지 상태다. 마음을 닫고 지낸 세월은 자격지심이 되고 더욱 사회와 단절하게 만든다. “30살 되던 해, 세상을 등지고 싶었다”고도 했다. 운둔과 고립의 위험천만한 결말을 암시한다.

이미 서울시와 광주시 등은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 청년층 은둔형 외톨이만 12만9천명이었다. 전체 서울 청년의 0.98%다. 서울시는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프로그램 등을 시작했다. 재사회화를 위한 공동생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들을 방치하면 죽음과 더 숨는 것 2가지만 남는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관계 복지’라 부른다. 먹고사는 것을 지원하는 고전적 복지 이상의 지원이다. 은둔·고립의 청년은 ‘백수’와도 구별된다. 에너지가 전혀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에 빠진 상태.

재사회화를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되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이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들 사이의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와 달라는 목소리도 낼 수 없는 그들이다. 그 침묵의 그늘 너머로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와 지역사회의 역할이다. 99마리 양 못지않게 중요한 길 잃은 양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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