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40m 강풍 - 600mm 물폭탄’ 태풍 오늘 한반도 관통
태풍 ‘카눈’ 오전 남해안 상륙 북상
남북한 관통, 1951년 관측이후 처음
이동속도 느려 피해 커질 가능성
우산 뒤집히고 몸도 가누기 힘든 강풍 제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 중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근처에 강한 빌딩풍이 몰아치자 시민들이 우산을 부여잡고 있다. 강풍에 우산이 다 부서진 모습도 보인다. 카눈은 10일 오전 태풍 강도 ‘강’을 유지하며 경남 통영 인근에 상륙해 충북 청주를 거쳐 서울 등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다. 한반도 내륙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는 태풍은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부산=뉴시스 |
카눈은 10일 오전 3시경 경남과 전남 중간의 남해안에 진입해 오전 9시경 통영 서쪽 30㎞ 부근에 강도 ‘강’(태풍 중심부 풍속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을 유지한 채 상륙한다. 이후 북쪽으로 올라와 오후 3시에는 청주 남동쪽 60㎞, 오후 9시에는 서울 동남쪽 40㎞에 도착할 전망이다. 카눈이 상륙하기 하루 전인 9일부터 전국은 이미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이날 제주, 경남·전남 해안에는 태풍특보가 발효되고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카눈은 기존 태풍의 이동 속도의 절반 수준으로 느리게 이동한다. 이 때문에 10일까지 강원 영동에는 최대 600㎜, 영남에는 최대 400㎜의 ‘물 폭탄’이 쏟아지겠다. 지붕이 날아가고 차가 뒤집힐 수 있는 위력인 초속 25∼40m(시속 90∼144㎞)의 강풍도 불겠다. 지난달 장마철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들은 이번 태풍으로 재차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우리 정부의 재난 대응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9시 통영→15시 청주→21시 서울… 한반도 전체가 ‘위험 지역’
관측 사상 첫 남북관통 태풍
뜨거운 남해 지나며 세력 더 강해져
강원 영동 시간당 최대 100mm 폭우
올 장마 수해지역은 산사태 우려도
“침수 피해 막자”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을 앞둔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안가의 한 식당 앞에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콘크리트 주머니들이 놓여 있다. 부산=뉴스1 |
제6호 태풍 카눈은 10일 경남으로 상륙한 뒤 천천히 수도권을 향해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맥을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사선으로 가로지르듯 넘은 태풍은 이전에는 본 적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한반도 전체가 태풍 위험 영역에 들어 강풍(최대 초속 40m, 시속 144km)과 폭우(100∼600mm)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카눈은 강풍 반경(반지름) 340km, 지름 680km로 한반도 동서 최대 폭(540km)을 덮는다. 특히 카눈이 뿌릴 ‘물폭탄’으로 곳곳에서 산사태, 침수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 제주 항공기 운항 중단… 산사태 경보 ‘심각’
과거 수해,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다시 공포에 떨었다.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주민 최병두 씨(64)는 “제발 태풍이 곱게 지나가면 좋겠다. 불안해서 집에 못 있을 것 같아 다른 곳으로 대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해안가에 해일이 들이닥치며 18명이 숨진 창원시는 9일부터 당시 피해 지역 일대에 2m, 폭 200m 규모의 차수벽을 가동했다. 2016년 태풍 차바 때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와 침수됐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가는 가게 입구에 차수벽과 모래주머니를 설치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40)는 “2020년 태풍 마이삭 때 베란다 창문 2장이 깨져 집에 비바람이 들이쳤다. 또 그런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실은 9일부터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갖추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산림청은 전국의 산사태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 남부 시속 96km 강풍… 강원 영동-남부 물폭탄
기상청은 카눈이 뜨거운 남해안을 지나오면서 세력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남해안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 2도 높은 29도다. 태풍의 원동력인 열에너지를 공급하기 좋다. 다만 상륙 후에는 지형과의 마찰 등으로 태풍의 강도가 ‘강’에서 ‘중’으로, 수도권을 지나면 ‘약’ 수준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강도 ‘중’도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를 넘어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며 대비를 당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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