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내륙 관통에 '초비상'...오늘∼내일 새벽 고비
[앵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해 내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사례는 처음인 데다, 세력도 무척 강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태풍 상황과 전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선 태풍의 현재 위치와 강도부터 짚어 주시죠.
[기자]
네, 현재 태풍은 제주 서귀포 동쪽 약 190km 해상을 강한 세기로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픽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이 태풍의 눈입니다.
태풍의 눈이 뚜렷한데요,
눈이 보인다는 건 태풍이 아직 강한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중심 부근에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고 있는데요.
이 태풍은 시속 12km 정도, 사람이 조깅하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통 태풍은 시속 20~30km이고, 빠를 때는 40~50km까지 갈 때도 있는데 이번 태풍, 무척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느리다는 건 그만큼 발달한다는 건데요.
해상에서 계속해서 열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보다도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할 때 조금 더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예상대로라면 오늘 오전쯤에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진로가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한 뒤에 북한으로 갈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태풍은 남해안에 상륙한 뒤에 영남과 호남의 경계를 지나 수도권을 거쳐 북한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로를 보시면 현재 태풍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태풍은 현재 서귀포 남동쪽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고요.
올라와서 오늘 오전 9시쯤 경남 사천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강한 세력으로 북상하고 있지만, 상륙하는 시점부터는 강도 '중' 단계로 세력이 조금은 약해질 전망입니다.
상륙 이후에 이 라인을 따라서, 영남과 호남의 경계를 지나 충북을 거쳐 북상하겠는데요.
밤 11시 정도에는 서울 북동쪽 약 30km 부근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오늘 오전 9시에서 밤 11시까지 14시간 동안 내륙을 관통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새벽에는 북한으로 올라가서 세력이 급격히 약화하는 그런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동안 지금의 세력보다는 한 단계 약화되지만, 여전히 중심 부근에서는 초속 24m의 강한 바람이 불어 비바람 피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는 태풍 경보가 발령됐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픽 보실까요?
진한 붉은색 부분이 태풍 경보, 분홍색이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곳입니다.
제주도 전역과 남해안, 부산을 포함한 경남과 전남 대부분 지역에는 태풍경보가 내려져 있고요.
특히 태풍과 가장 근접한 제주 서귀포 성산읍 부근에는 시간당 45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태풍이 점차 북상하면서 전북과 경북, 충청 일부에도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는데요.
그 밖의 중부 해상과 내륙에도 태풍 예비특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태풍특보가 아니라 호우특보가 내려진 곳도 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픽의 파란색 화면이 호우 특보가 내려진 지역인데요.
강원 영동지역입니다.
무려 호우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비구름의 이동을 볼 수 있는 레이더 영상 보시면
남해 상에 태풍 비구름이 위치해 있는데요.
그런데 북서쪽의 큰 구름대와 이어져 있습니다.
태풍 앞부분에 만들어지는 공기의 수렴 지역인데요.
그러니까 태풍 본체가 북상하기 전에 이 수렴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는 겁니다.
현재 호우 특보 지역에는 시간당 20mm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앵커]
태풍이 상륙하기 전인데도 벌써 비 피해가 우려되는데요. 태풍으로 인해 예상되는 비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우선 강원 영동에는 최고 600mm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남 최고 400mm 이상, 호남에도 300mm 이상의 큰 비가 예상되는데요.
서울을 포함한 내륙에도 최고 200mm의 많은 비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에도 집중호우 위험이 큰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오늘과 내일 사이 전국 곳곳에 강한 비가 내리겠는데요.
특히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드는 강원 영동지역은 시간당 100mm 이상의 말 그대로 물 폭탄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동해안과 남부 내륙, 제주도에도 시간당 40에서 60mm의 강한 비가 내리겠고,
그 밖에 전국에도 시간당 30mm의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
보통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집중 호우'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강도의 비가 2∼3시간 지속하면 축대 붕괴와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하수구가 넘치기 시작합니다.
시간당 50mm가 넘으면 한 시간 정도만 내려도 시설물 피해는 물론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시간당 100mm의 비는 마치 폭포수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시야를 분간할 수 없는 폭우입니다.
관리가 잘된 도심이라도 물에 잠기고 홍수와 산사태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앵커]
산사태도 걱정이네요. 전국에 산사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전국에 산사태 위기 경보가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단계입니다.
특히 충남과 영남 일부 지역에는 산사태 주의보도 내려져 있는데요.
산사태는 막을 수 없지만, 발생하기 전에 전조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야 합니다.
새가 날고 나무가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면 곧 산사태가 일어난다는 신호인데요.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솟아오르거나 계곡 물이 갑자기 흙탕물로 변하는 것도 위험 신호입니다.
반대로 잘 나오던 우물이나 샘의 물이 갑자기 끊기면 산 위 토양이 무너져 수맥을 막은 것이므로 산사태를 대비해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비뿐만 아니라 바람도 만만치 않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태풍은 폭우와 폭풍이 동반되기 때문에 더 무서운데요,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남해안과 제주도는 초속 20~30m 안팎의 강풍이 불고 있습니다.
문제는 태풍의 강풍 반경입니다.
태풍 중심 풍속이 상륙 시점에는 초속 30m 이상, 중부 내륙에는 초속 25m 정도가 되겠는데요,
태풍 중심 부분에 초속 30m의 바람이 분다고 한다면 해안가나 산간 같은 경우는 지형적인 효과가 겹치면서 초속 40m 이상의 바람이 불 수 있고요.
초속 25m 바람은 도심 지역에서 빌딩 사이를 통과할 때 30% 이상 강해집니다.
초속 30m 이상의 돌풍이 불 수 있어 가로수가 부러지거나 시설물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중대본에서 "공공기관, 민간기업 출퇴근 시간 조정을 권고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이렇게 권고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인 거죠?
[기자]
지역별로 시기는 조금 다른데요.
태풍 진로도 다시 보시겠습니다.
빨간색으로 태풍이 표시된 이 위치들은 태풍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태풍이 중심 위치가 들어가기 2~3시간 전에 이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고 비바람도 무척 강해집니다.
그러니까 오늘 오전 9시에 경남 남해안에 상륙하면 그보다 두세 시간 전인 6~7시부터는 적어도 남부를 포함해 충청, 경기 남부 쪽까지는 강한 비바람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남부지방과 충청지방까지는 출퇴근 시간에 굉장히 강한 태풍의 영향이 겹쳐버립니다.
수도권은 이보다는 조금 뒤부터 본격적으로 심해지겠지만, 태풍의 반경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렇게 수도권을 관통하는 태풍이 지금까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데. 이전에도 이런 태풍 경로가 있었습니까?
[기자]
그래픽 함께 보시겠습니다.
왼쪽이 1977년부터 1999년 사이의 태풍입니다. 보시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6호 태풍 '카눈'입니다.
그 외 태풍들을 보면 대부분이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경로를 택하죠.
특이한 경로를 택한 건 남해안에서 올라오다가 바로 서쪽으로 휘어버립니다.
좌측으로 휜 것 2개 정도. 대부분은 우측으로 나갑니다.
1977년부터 1999년 사이 태풍 진로를 모두 그려봤는데 6호 태풍 카눈과 같은 태풍은 없다는 겁니다.
그 뒤에 2000년부터 2023년까지, 23년 동안의 태풍을 보면,
마찬가지로 서해안을 따라서 올라오거나 오다가 동해안으로 빠진 태풍은 있어도 카눈처럼 우리나라 중앙을 관통해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태풍은 없었습니다.
비슷한 경로를 보였던 태풍을 찾아보니 기상청이 발간한 태풍 백서에 1909년도 13호 태풍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14년 전에 비공식 기록이 하나 있는 거죠,
공식적으로는 1951년 이후에 과학적인 태풍 분석이 이루어진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이번 6호 태풍 '카눈'과 같은 경로를 택한 태풍은 없었다는 게 기상청의 공식 답변입니다.
[앵커]
이렇게 이례적인 태풍 경로때문에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피해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륙할 때 강도는 '중'으로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위력이 강한 태풍이 상륙해 내륙을 관통하기 때문에 폭우와 폭풍 피해가 동시에 겹칠 가능성이 큽니다.
전국이 비상이지만, 특히 태풍의 위험반원에 드는 강원 영동과 영남의 피해가 더 심할 것으로 보이고, 해안가에는 폭풍해일도 우려됩니다.
[앵커]
그만큼 예방이 최우선일 텐데, 태풍 대비 행동요령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태풍 진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수시로 태풍 정보를 확인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태풍이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 어느 정도의 강도를 지니는지를 계속해서 확인이 필요하겠고요.
강풍에 입간판이나 시설물이 날아다닐 수 있어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지붕이나 간판 등은 미리 결박하는 게 좋고 하수구나 배수구 점검도 미리 해야겠습니다.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준비한다면 피해를 조금은 줄일 수 있습니다.
[앵커]
비와 바람을 모두 동반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그런 태풍이기 때문에 오늘부터 내일까지 내륙은 태풍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민경 기상재난전문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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