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대한민국, 여행으로 꽤나 괜찮은 나라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곳이 많다고 다른 나라 사람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 아마 외국이 더 좋지 우리나라가 더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수년 전 이야기다. 한국관광공사 오지철 전 사장님과 무주 덕유산에 동행한 적이 있다. 전 세계를 둘러보시고 타국에서 생활도 많이 하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위의 내용과 같은 질문을 했다. "사장님,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가 정말 볼 것이 없죠?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매력적으로 느끼기에는 아직 먼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사장님께서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하셨다. "당연히 외국이 좋은 곳은 많지요. 웅장하고 규모가 크고 우리나라가 갖고 있지 않은 풍광이나 지형과 생태계가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전 한국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 지역마다 볼거리와 먹을 것이 확연하게 다르거든요. 그리고 나라가 작은 것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로 속초나 강릉으로 떠날 수 있고, 등산을 하고 싶으면 가까운 국립공원의 산처럼 멋진 산을 언제든 오를 수 있고, 맛있는 토속음식을 먹고 싶으면 몇 시간 내 어디든 도착하잖아요. 외국은 여행을 가려면 수개월 전부터 계획을 짜야 하고 목적지까지 이동거리도 길어 많은 시간과 준비를 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확실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가 최고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만의 장점은 확실하다는 말씀이었다. 국내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멋진 풍광을 보면서 동경만 했지 우리나라의 매력적인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 것이었을까'란 생각을 하니 창피하기까지 했다. 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우선 교통이 무척 잘돼 있다. 고속도로는 사통팔달 뚫려 있고 고속열차는 수시로 출발하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40분이면 도착한다. 비행기는 어디든 1시간이면 도착한다.
날씨가 좋은 날 서해안으로 출발하면 황홀한 낙조를 볼 수 있고 해산물까지 먹을 수 있다. 해돋이를 보고 싶으면 2~3시간이면 해돋이 명소로 갈 수 있고, 산에 오르고 싶으면 몇 달간 계획을 잡지 않아도 바로 전날 계획하고 장비를 채비한 다음 출발해 산행하면 아름다운 산하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우리는 무엇을,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일부 여행사는 한국다움보다는 쇼핑과 옵션, 그리고 팁을 강요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번 한국에 온 외국인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풍광이나 규모는 외국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알지 않는가. 전라도에 가면 전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맛과 풍광이 있고, 경상도에 가면 남도와 북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맛과 말투와 경치가 다르다는 걸. 강원도는 또 어떤가. 골골이 숨어 있는 계곡과 나무, 그리고 맑은 공기가 있다는 걸. 또 지역마다 같은 날이라도 날씨가 다르니 더욱더 버라이어티하다.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간의 여행이 아닌, 단 당일, 1박2일이나 2박3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단점만 보지 말고 이런 장점을 살려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해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에 볼거리가 있냐고 물어보면 산이 보고 싶은지, 역사적인 곳을 보고 싶은지, 바다가 보고 싶은지 당신이 원하는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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