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아마존고의 최후에서 보는 인공지능의 미래
며칠 전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본사(Day1)를 방문했다. 그 건물에는 2018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처음 세상에 나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일자리 이야기로 흥행에 큰 성공을 이룬 '아마존고'가 있다. 나름 아마존고를 매해 방문하면서 얻은 식견은 번번이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확장이었다. 초기에 센서나 카메라로 물건과 고객을 확인하고 카메라 비전과 인공지능 기술로 고객의 성향까지 알아보며 알기 쉬운 제품에서부터 난해하기 그지없는 과일과 채소, 고기류까지 진정한 무인슈퍼로 성장하면서 "미국에만 3000개를 만들 것"이라고 모든 언론을 도배했다. 더구나 아직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에 추종자들까지 합세해 중국의 알리바바는 5000개의 무인슈퍼를 더욱 세련된 신기술을 적용해 만들어 나가고 있었고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아마존은 온라인 기술기업이다. 아마존고와 4스타숍, 그리고 아마존북스와 아마존프레시, 특히 137억달러가 들어간 홀푸드마켓의 인수는 오프라인 진출의 거대한 도전이었고 식료품이나 유통에 자신들의 기술을 입히고 클라우드에 연결하며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단한 설득력이 있었다. 때문에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급상승했고 관련 중소기업들의 몰락과 살아남은 거대 경쟁기업의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러한 아마존고가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여전히 운영 중인 본사 빌딩에 위치해 의미를 더한 아마존고 1호점조차 현저히 줄어든 고객의 숫자와 진열대의 상품배열에서부터 느낌이 다가왔다. 더구나 다시 가본 토요일엔 아마존고가 문을 닫았다. 과거의 화려한 영광은 온데간데없다. 혹자는 팬데믹의 영향과 도시의 편의점 속성, 도시 고객의 성향파악 부족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다. 가격경쟁력에서부터 상품차별화의 실패, 아마존 자체의 실적 부진까지 이유는 수만 가지에 달한다. 그러나 그중 나에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기술우선주의'였다. 말 그대로 아마존고는 신기술의 전시장이다. 셀 수 없는 카메라와 딥러닝, 센서기술의 총아였고 손바닥 결제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로 구축단가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고객의 쇼핑에 대한 경험이나 성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솔직히 이러한 결과가 미래에도 계속 실패로 남을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아마존은 실패를 뒤집는 재주가 탁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결과로 보면 성공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어딘지 묘한 데자뷔가 일어난다. 최근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생성형 AI가 미래의 한 장면 한 장면이 필름이 끊어지듯 이어지며 메모리에 스파크가 튄다. 과거에 일어났던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기술이나 서비스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기억의 점철이었다. 가장 강력하게 힘을 받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의 겨울이 있었다. 최근까지도 신기루처럼 일어났다가 조용하게 사라져버린 '알파고'도 비슷하다. 이 모두가 경이로움과 기술은 있되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은 많지 않았다. 기업 속의 인공지능이 생활 속 인공지능이 되고 구글의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의 "인터넷은 사라질 것입니다"라는 이야기처럼 사람들에게 언급되지 않을 정도의 생활 속에 인공지능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에게 스스로 반문해보자. "지금 불과 같이 일어나고 있는 생성형 AI가 아마존고와 달리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십니까"라고. 놀라움을 떠나서, 기술을 떠나서, 흥행의 성공 유무를 떠나서 진정 기업에 실적을 가져다주고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우리 사회발전에 순기능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현재 인공지능의 유행도 끝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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