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말 많은 민주당 혁신위, '용두사미' 그치나
김은경 위원장, 설화 논란에 개인사 겹쳐
'대의원제·공천룰 변경' 혁신안 임박…계파 갈등 고조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공당의 '혁신' 작업은 드문 일은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대대적으로 당을 쇄신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배경에는 민심이 작용한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크게 지거나, 당내 갈등이 극심해 지지율이 저조할 때 등 위기 상황에 직면한 정당은 혁신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바꿔 말하면, 민심을 얻기 위한 자정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당은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지만, 다소 진부한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지난 6월 민주당이 띄운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은경 위원장은 최근 노인 폄하 발언에 개인사 논란까지 겹쳤다. 혁신위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논란 등으로 훼손된 당의 도덕성 회복에 역효과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당 곳곳에서 들린다.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 같다. 이게 맞나 싶다"고 토로했다.
특히 혁신위의 '공천 개혁'을 두고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가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혁신위가 10일 대의원제 권한 축소, 공천룰 개정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그 전부터 비명계는 혁신위의 '공천 학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명 일색의 혁신위가 지난 4월 확정한 내년 총선 공천 규칙을 건드려 비명계를 공천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의심이다. 실제 강성 당원은 혁신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공천 규정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긴다. 따라서 혁신위가 공천 룰 개정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혁신위가 당 쇄신은커녕 당내 분란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 제기와 공정성 시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할지가 관건이지만, 혁신위가 막판까지 고심해 혁신안을 도출했다 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후폭풍이 일 수밖에 없다.
혁신위는 출범할 당시 '계파 갈등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봤을 때 '단합'은 요원해 보인다.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외부 인사가 주축으로 구성된 혁신위가 전권을 쥐고 끝까지 당 개혁을 완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당원 권한 강화와 의원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혁신위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당내 구성원이 혁신위의 혁신안에 공감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 위원장을 발탁한 이 대표도 비명계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혁신위 리스크'와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자, 비명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은 더 거세게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체제로는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퇴진론에 침묵하고 있고, 혁신위의 인사 책임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부재 비판을 자초하는 것처럼 비친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썩 좋지 못하다.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만일 내일이 총선일이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을 선택한 응답은 31.3%, 민주당을 선택한 응답은 27.4%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당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잇단 악재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은 주류와 비주류의 극심한 대립은 심화하고 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혁신위는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 개혁은 결국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민주당 혁신은 용두사미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혁신 이전에 단결과 단합이 우선 아닐까. 말로만 강조하는 혁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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