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존스컵] “속상하고 화났던 점은…” 박정은 감독이 돌아본 존스컵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부산 BNK썸은 9일 대만 타이베이 허핑농구체육관에서 열린 대만 국가대표A와의 2023 제42회 윌리엄 존스컵 맞대결에서 93-76으로 승, 2위에 올랐다. 대회에서 평균 18.2점으로 활약한 이소희는 베스트5에 선정됐다.
BNK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되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 존스컵에 앞서 일찌감치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이를 토대로 존스컵 2위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박정은 감독은 보다 냉철하게 대회를 돌아봤다.
2위로 마친 소감
생각이 많은 대회였다. 5일 연속 경기를 하는데 12명이라는 엔트리 제한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로테이션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 기대보다 잘 치렀다. 힘들었을 텐데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 이 분위기를 한국에 돌아간 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겠다.
대만A에 쉽게 승리한 비결
대만에 일찍 입국해 연습경기를 치르며 상대에 대해 많이 파악한 후 시작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선수들이 상대에 대해 알고 들어가다 보니 스스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것 같다. 흐름을 넘겨주지 않고 잘 끌고 갔다고 생각한다.
대만 전지훈련 존스컵 평가
너무 긴 시간을 타지에 나와 있다 보니 선수들이 지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온 이유는 대표팀 선수들과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이 시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연습경기는 한정돼 있다. 좋은 연습 파트너를 찾고 싶었다. 이런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똘똘 뭉쳐진 것 같다. 시즌 중에는 일부 선수만 경기에 임했다면, 단기간의 대회는 모든 선수들이 기쁨을 같이 누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김지은이 역할을 잘해줬다. 물론 많은 부분을 보완해야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이행해줬다. 그동안 앞이 깜깜했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길이 보이고, 자기의 숙제도 찾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시즌 때 팬들 앞에 더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대 수확, 보완할 점
선수들이 위기를 넘기는 힘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선수들이 힘들었을 수도, 위기도 있었을 텐데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벤치멤버를 기용하는 타이밍에 대해 배운 대회였다. 숙제는 이 선수들이 수비 조직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라는 점이다. 공격적인 면은 그래도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약점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수비 약점이 커지면 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기존 선수들이 과부하에 걸리게 된다. 수비 로테이션을 선수들에게 더 주입해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박신자컵 목표
국내에서 해외 팀들과 교류할 수 있고, 프로 팀들과 정상적으로 겨룰 수 있도록 박신자컵이 새로워졌다. 선수들도 그런 분위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정규리그에서는 로테이션 폭을 넓히면서 운영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대회로 삼고 싶다.
따끔하게 혼냈었다. 베스트5도 내 지분이 있기 때문에 가져오려고 했다(웃음). 이소희는 스코어러로서 장점을 가졌고, 더 폭발력을 보여주면 경기력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본인이 생각이 많아져 경기력이 저하되면 팀 경기력도 같이 떨어진다. 스스로 그 부분을 많이 느낀 대회였을 것이다. 상은 받았지만 표정이 별로 안 좋은 걸 보니 언니들에게 고마운 것도 있을 테고, 많은 생각이 스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소희는 더 커야 하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 BNK를 이끌어갈 스타다.
필리핀과 박신자컵에서 재대결
필리핀은 농구를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즐기기 위해선 체력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와 3차전에서 만나 체력적으로 지쳤던 것 같다. 우리보다 훈련량이 적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경기력을 못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우리와의 경기 이후 상당히 잘하는 걸 봤다. 우리도 그 부분을 잘 체크해 한국에서 제대로 붙어봐야 한다. 첫 경기에서 만나 이번에는 아주 싱싱할 때 맞붙는다(웃음). 잘 준비해서 국내 팀의 자존심을 세우겠다.
샹송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
나는 옛날 사람이라 한일전이 남다르다. 그래서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전력 차가 많이 난다. 어느 정도의 패배는 받아들여야겠지만, 내가 많이 속상하고 화났던 건 (선수들이)너무 위축됐다는 점이었다. 불필요하게 위축되는 모습을 탈피했으면 해서 선수들에게 큰소리를 많이 쳤다. 선수들이 부딪혀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그걸 ‘안 된다’, ‘벽이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리가 무거워지고 수비를 자꾸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보강한다면 한국 농구도 그렇게 많이 뒤지지 않을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자신 있게 부딪쳐봤으면 한다.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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