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자 폭행 보도 KBS에 1500만원 손배 결정

장슬기 기자 2023. 8. 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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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21년 청와대 출입기자 폭행 사건 피해자 보도 관련 '조정 갈음 결정'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폭행사건 피해자 측의 허위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했다며 KBS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2021년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폭행 가해자인 최아무개 대구신문 기자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보도가 쏟아지자 최 기자가 KBS와 제작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며 서울에서 근무하던 최 기자는 지난 2020년 5월 대구에 갔다가 지인인 피해자 A씨에게 중상해를 입혔다. A씨 측은 2021년 3월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 기자가 A씨의 처(실제로는 연인)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술값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아 갈등이 벌어졌고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게시글을 인용해 피해자 측 입장을 담은 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2021년 3월15일 최 기자 입장도 함께 보도한 바 있다. 최 기자는 폭행에 대해 사과하면서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이 주점을 개업해 축하해주러 간 자리였는데 A씨가 최 기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테니 1:1로 싸워보자고 시비를 걸었고, 몇 번 거절하다 이에 응했다고 최 기자는 반박했다. 당시 술을 마시는 중이었기 때문에 술값 계산은 문제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같은 달 24일 KBS는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에서 “눈을 실명하게 만든 무차별 폭행의 이유는?”이란 방송에서 최 기자 소식을 다뤘다. 이미 언론 보도로 양쪽 입장이 공개된 상황이었다. KBS는 화면 자막으로 “항상 술값이 7~8만 원 나오면 (A씨의) 아내한테 5만 원 주고 가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신문 기사로 써버린다는 그렇게 협박식으로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아내가 말해줬어요” 등 피해자 측 주장을 내보냈다. KBS는 이런 내용의 피해자 측 주장을 인터뷰로도 방송했다.

최 기자는 지난 2월 KBS와 제작진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 기자 측은 소장에서 “KBS는 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최 기자(원고)에게 사전 교부 받았는데도 최 기자 주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으면서 A씨의 일방 주장을 여과없이 인용해 자막처리하는 방법으로 부각했고 폭행을 가하는 장면과 상해를 입은 사실 등을 연결시켜 마치 A씨 주장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구성을 해 방송이 주는 전체적 인상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A씨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31일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해” KBS가 최 기자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A씨 측의 언론 인터뷰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사실과 달랐다는 최 기자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KBS는 별도 이의 신청 없이 1500만 원을 지급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이의가 없으면 그대로 확정되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한편 최 기자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도 검찰이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2020년 12월 “최 기자가 피해자 A씨의 처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술값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던 중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을 수회 때렸다”고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최 기자는 처음부터 '술값을 계산하지 않아서 말다툼이 시작된 게 아니라 나보다 나이가 많은 A씨가 자신에게 굽신거리지 않는다며 각자 책임지는 것으로 하고 싸우자'고 했고 처음엔 거절하다가 이에 응해 폭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2021년 3월 폭행 경위를 “A씨 처가 운영하는 업소에서 피해자 A씨가 최 기자 행위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주먹으로 (쳤다)”는 내용으로 공소 사실을 변경했다. 최 기자는 변경된 공소 사실에 대해서도 'A씨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는 내용이 빠진 것 등의 이유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법원은 2020년 12월 1심을 선고하면서 폭행 경위에 관해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 A씨와 시비가 돼 함께 주점 입구 주차장으로 나간 뒤 주먹으로”라고 판단했다. 최 기자가 술값을 지불하지 않았고 A씨가 이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는 내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최 기자는 2021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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