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으로 ‘기록적 폭우’…일본 규슈서 133만 명 피난, 부상 속출

오이타현 일부 시간당 63㎜ 폭우 쏟아져
강풍에 부상 잇따라…1만여 가구 정전도

9일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에서 시민들이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몰아치는 비바람 속을 걷고 있다. ‘카눈’의 영향으로 규슈 지방에 순간 초속 40ｍ가 넘는 강풍이 불고 폭우가 내렸으며 항공편과 선박이 결항했다. AP·뉴시스

일본 남부 오키나와 지방을 거쳐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9일 규슈 지방에 순간적으로 초속 40ｍ가 넘는 강풍이 불고 큰비가 내리면서 133만 명 이상의 주민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규슈 서쪽 해상을 따라 이동하면서 항공기와 선박, 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1만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사람이 강한 바람으로 넘어져 다치는 등 부상자도 여러 명 확인됐다.

9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규슈 서쪽인 나가사키현 고토시 남쪽 70㎞ 해상에서 시속 15㎞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75hPa(헥토파스칼)이며,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은 초속 30ｍ다.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40ｍ이며, 중심에서 반경 150㎞ 이내 지역에서는 초속 25ｍ 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다. 특히 태풍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습한 공기를 유입 받아 규슈 곳곳에 기록적인 호우를 뿌렸다.

오이타현 사이키시에서는 오후 7시쯤 시간당 63㎜의 폭우가 쏟아졌고 가고시마현 소오시에서도 시간당 57㎜의 비가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48시간 강수량을 보면 가고시마현 긴고초(633mm)와 야쿠시마초(585㎜) 등에서 8월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야자키현 미사토초의 일부 지역에선 이달 강수량이 이미 817㎜로 8월 평년 강수량을 넘어섰다. 일본 기상청은 "산사태가 발생하고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강한 바람과 호우를 동반한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NHK 보도에 따르면 가고시마에서는 이날 20대 남성이 강풍에 날아온 함석판에 맞아 다치는 등 이번 태풍에 따른 부상자가 모두 9명으로 늘었다. 구마모토현에서도 50대 남성이 태풍 접근에 대비하기 위해 지붕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다쳤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태풍으로 이날 오전 9시 현재 가고시마현, 미야자키현, 나가사키현, 구마모토현 등 규슈 4개 현에서 약 68만 가구, 총 133만 명에게 피난 지시가 발령됐다고 보도했다.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