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억 日 천재타자의 굴욕… 이제 전직 한화 선수에 밀리나, 주전도 위태하다

김태우 기자 2023. 8. 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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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저조한 성적으로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스즈키 세이야
▲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지만 지금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마이크 터크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천재 타자’로 불렸다. 실제 공‧수‧주에서 균형 잡힌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했다. 3할을 칠 수 있었고, 20홈런을 때릴 수 있는 장타력도 있었고, 평균 이상의 주력과 수비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와 같은 상위 리그에 가더라도 대박은 몰라도 ‘아주 망하기도 어려운 타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야수가 부족했던 시카고 컵스는 그런 평가에 주목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스즈키와 5년 총액 8500만 달러(약 1117억 원)에 계약했다. 요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대박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 경기도 없는 선수에게는 비교적 큰 투자였다.

스즈키의 첫 해는 사실 평가가 애매했다. 적응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했다. 컵스도 계산 속에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부상도 있었다. 시즌 111경기 출전에 그쳤다. 111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타율 0.262, 14홈런, 46타점, 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70이었다. 공‧수‧주에서 모두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는 평가였는데, 공‧수‧주 모두에서 다 애매한 평가를 받았다. 아주 못하지도, 아주 잘하지도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1년 적응한 것이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서의 인내심은 좋았다. 공도 비교적 잘 봤고, 유인구에 방망이가 잘 따라 나가지 않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런 타석에서의 자세가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캠프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선보이며 평가가 한껏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제자리걸음이다.

스즈키는 9일(한국시간) 현재 91경기에 나갔으나 타율 0.249, 9홈런, 37타점, OPS 0.715에 그치고 있다. 리그 평균 OPS보다 9%가 못한 수준이다. 공격에서 평균이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에 비해 장타율이 많이 떨어졌고(0.433→0.388),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1번의 도루 시도에서는 무려 6번을 실패했다. 수비만 그럭저럭이다. 하지만 컵스는 공격이 되는 외야수가 필요하다.

사실 세부 지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평균 타구 속도도 괜찮고, 볼넷도 제법 잘 고른다. 여전히 헛스윙은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힘 있는 공들을 잘 공략하지 못해 여전히 삼진이 꽤 많다. 이론과 실제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가 된 것이다.

▲ 스즈키는 기본적인 패스트볼 공략이 힘겨워지고 있다
▲ 스즈키는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갈 길이 바쁜 컵스도 더 이상 스즈키를 기다려 줄 시간이 없는 듯하다. 8월 들어 출전 시간을 보면 그렇다. 컵스는 코디 벨린저라는 확실한 외야수가 있다. 여기에 올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는 마이크 터크먼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나왔다. 팀으로서는 터크먼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밖에 없지만, 스즈키로서는 자신의 출전 시간을 가져가는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 KBO리그 한화에서 뛰다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터크먼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설움을 뒤로 하고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 당초 백업 선수였으나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스즈키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곡선이다.

터크먼은 시즌 65경기에서 타율 0.284, 출루율 0.375, 7홈런, 41타점, OPS 0.817의 좋은 성적으로 계속해서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타석 차이는 조금 있지만 스즈키보다 더 좋은 공격 생산력이다. 수비력도 스즈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개인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인 컵스로서는 더 좋은 선수를 활용해야 한다. 터크먼의 출전 경기 수가 더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즈키는 8월 들어 아주 큰 부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수가 9타수밖에 안 된다. 8일에는 대타로 나갔고, 9일은 벤치에 머물렀다. 반면 터크먼은 8월 들어 벌써 27타수를 소화했다. 스즈키보다 더 많다. 그리고 터크먼이 8월 타율 0.407, OPS 1.210의 대활약을 펼치면서 스즈키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지금 현재는 주전 판도가 뒤바뀌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스즈키는 9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과 인터뷰에서 "연습하는 동안에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면 결과를 얻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긴장을 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최상의 상태는 아니다. 현재 나가는 선수들은 모두 결과를 내고 있는 선수들이다. 나는 제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벌이고 있는 스즈키와 터크먼
▲ 8월 대활약으로 컵스 외야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터크먼

물론 8500만 달러 선수 스즈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터크먼의 팀 내 역학 구도가 같지는 않다. 결국 컵스는 스즈키를 살려서 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 벨린저의 이적 여부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스즈키의 부진이 깊어진다면 컵스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일단 더 집요해진 변형 패스트볼 승부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진단이다. 스즈키의 4월 패스트볼 상대 장타율은 0.533으로 좋은 편이었지만, 5월은 0.490, 6월은 0.227, 7월은 0.288, 그리고 8월은 0.167에 불과하다. 타율이 아니라 장타율이 이렇다.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하면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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