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벤치도 포기, 공포와 충격의 '실책→실책→실책'…롯데 가을야구?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치명적인 실책과 아쉬운 마운드 운영까지 겹치면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목표로 삼았던 가을야구가 일장춘몽에 불과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0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8-10으로 무릎을 꿇으며 연승 행진이 멈춰섰다.
롯데는 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 구단 '최초'이자 KBO 역대 세 번째로 '팀 퍼펙트'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전날(8일) 키움에게 구단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9연패를 안기면서 2연승을 내달렸고, 다시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듯했다. 하지만 롯데의 상승세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상대 팀은 물론 더위와 싸워야 하는 구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롯데의 경기력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경기 초반부터 정신을 못 차린 롯데였다. 롯데는 1회초 선두타자 안권수가 볼넷으로 출루, 이정훈의 안타로 만들어진 1, 3루 찬스에서 4번의 중책을 맡은 니코 구드럼이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때까지의 분위기와 흐름은 좋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충격적인 경기력은 2회말 수비에서 시작됐다. 1회말 수비를 실점 없이 마친 선발 박세웅은 2회말 수비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송성문에게 안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이주형에게 볼넷을 내주며 1, 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후속타자 김태진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 1루수-유격수-투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첫 번째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1루수 고승민에게 공을 건네받은 유격수 구드럼이 주자를 잡아낸 뒤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박세웅에게 던진 볼이 악송구로 이어졌다. 박세웅은 어떻게든 공을 잡아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터무니없이 빠진 공을 막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반대로 키움은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2루 주자였던 송성문은 3루를 지나 홈으로 내달리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2회의 실책은 시작에 불과했다. 3회말 선발 박세웅은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은 뒤 폭투를 범하며 실점 위기를 자초, 김혜성에게 역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경기의 주도권은 키움 쪽으로 넘어갔다. 계속해서 박세웅은 로니 도슨에게 안타,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는데, 실점 없이 마칠 수 있었던 큰 위기는 5실점 '빅이닝'으로 연결됐다.
박세웅은 1사 만루에서 2회와 마찬가지로 이주형에게 1루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최소한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를 지워내거나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짓는 그림이 나오는 듯했다. 그런데 1루수 고승민이 이주형의 강습 타구를 한 번에 잡아내지 못했고, 마음이 급해진 것이 치명적인 실책으로 이어졌다. 홈으로 파고드는 주자를 잡아내기 위해 뿌린 공이 포수 정보근이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향했던 것. 결국 고승민의 실책으로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간격은 1-4까지 벌어졌다.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집중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수비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박세웅은 이어지는 1사 2, 3루 위기에서 김태진에게 우익수 방면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익수 중계플레이를 위해 던진 윤동희가 뿌린 공이 또다시 악송구로 연결됐고, 타자 주자가 2루 베이스를 밟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수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박세웅은 2⅓이닝 만에 6실점(3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른 선수들에게 사령탑이 보내는 메시지였을까. 롯데는 4회초 2사 만루의 득점권 찬스를 잡았는데, 고승민의 타석에서는 대타로 전준우를 내세웠다. 그리고 4회말 수비가 시작된 후에는 유격수 자리에 이학주를 투입, 구드럼을 3루수로 이동시키며 경기를 이어갔다. 분위기가 넘어갔으나 5점차, 결코 좁히지 못할 간격은 아니었지만, 박세웅을 일찍 교체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이후 마운드 운영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롯데는 박세웅에 이어 등판한 최이준을 4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4회말 시작과 동시에 김혜성-도슨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김휘집에게는 볼넷을 내주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롯데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애초에 5점차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듯했고, 최이준이 3점을 더 내주면서 간격은 1-9까지 벌어졌다. 특히 롯데가 5회초 2점을 내면서 추격을 시작했기에 벤치의 판단은 더욱 아쉬웠다. '역전승'을 머리에 두지 않았던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오프시즌 박세웅와 5년 총액 9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시작으로 FA 시장에서는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까지 외부 자원을 영입하는데 총액 170억원을 투자했다. 포스트시즌 진출만을 목표로 둔 행보는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롯데는 현재 가을 무대를 밟을 수 없는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혹여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이러한 경기력과 경기 운영이라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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