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관광객들 韓 몰려온다…빗장 푼 中 정부
중국이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단체여행 금수조치를 전격 해제한다. 국내 관광업계와 면세점 등 수요산업계에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관광객)가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때를 같이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관광객들에 대한 지문채취도 연말까지 해제될 전망이다. 관광객 왕래가 늘어나며 경직된 양국 관계 해빙의 단초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런 방침을 확정하고 한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일찍 관계부처 공지를 통해 한국과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에 대한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공식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한국향 단체비자 발급이 허용된다면 2020년 1월 발급 중단 이후 3년 7개월만이다.
중국의 한국향 단체비자는 그간 허용과 불허를 반복해 왔다. 2017년 3월에 중국이 당시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른바 '금한령'이었다. 중국인들이 단체관광을 선호하는 만큼 이 금한령은 '약발'을 제대로 받았다. 한때 연간 800만명 이상 한국을 찾았던 관광업계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은 당시 반토막으로 줄었다.
2019년에 비자 발급이 원상복구 됐지만 이번엔 코로나19(COVID-19)가 덮쳤다. 단체비자 발급이 2020년 1월 다시 중단됐다. 가뜩이나 줄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이 여파로 아예 끊기다시피 했다. 코로나19 회복 이후에도 중국 정부가 개인 관광만 허용하며, 지난 3월엔 7만3390명이 한국에 입국하는데 그쳤다. 한국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9.1%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국내 3대 면세점의 매출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 24조9000억원 이었는데, 지난해 매출액은 28% 가량 줄어든 17조8000억원이었다. 명품을 선호하는 쇼핑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게 가장 직접적인 이유였다.
중국은 올 초 태국 등 20개국에 대한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허용했다. 3월에 또 40개국에 추가로 문을 열어줬지만 한국과 일본은 배제했었다. 이번 단체관광 비자 발급 허용을 통해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면세점 뿐 아니라 항공사 등 연관산업의 수혜도 기대된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의 항공편은 적자노선이 지금도 적잖다. 또 LCC(저가항공사) 들은 아예 운항을 재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난다면 항공편 증편도 초읽기나 다름없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여행 제한 조치를 푸는건 극한으로 가는 자국 내 경제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현지 근무 중인 한 한국기업 관계자는 "관광객을 보낼테니 너희도 보내라는 것"이라며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 비자를 허용하는 동시에 올 연말까지 중국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지문채취를 일시 중단키로 했다. 연말까지 일시 중단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영구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29일부터 비즈니스나 관광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지문을 채취해 왔다. 이 지문채취는 그간 국제관례로 볼 때 과도한 수준의 개인정보 공개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중국 관광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문채취를 포함한 비자발급 절차를 꼽을 정도였다.
중국에서는 공식발표 이전부터 이미 한국 향 관광객 증가에 대응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여행업을 겸하는 중국 내 대형항공사들이 한국 향 단체관광객 모집을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양국 간 관광 정상화의 물꼬가 트인 만큼 향후 추가적인 출입국 간소화 논의가 재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경 거주 한 교민은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중국 거주 한인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나아질거라 기대했는데 양국 관계가 경직되고 관광객 왕래가 줄어들면서 더 어려워졌다"며 "양국이 협력할 부분에서는 협력의 여지를 넓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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