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지혁-김태훈 ‘이적생’ 힘으로 뒤집었다[스경X리뷰]
9일 잠실 삼성-두산전 8회말. 3-3 동점에서 2사 3루로 몰린 삼성은 내야안타라도 허용하면 결승점을 내줄 위기였다. 마운드에는 삼성 좌완 이재익. 타석에 두산 4번 양석환이 나오자 벤치로부터 자동 고의4구 사인이 나왔다.
그렇게 2사 1·3루에서 삼성이 선택한 선수는 왼손타자인 두산 5번 김인태. 그런데 삼성 벤치에서는 왼손타자인 김인태를 상대로 왼손투수 이재익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오른손 불펜투수 김태훈을 올렸다.
김태훈은 지난 4월말 키움으로부터 이적한 투수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활약도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날은 완벽했다. 투심패스트볼을 5개 연속 꽂아 넣은 끝에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공을 김인태의 몸쪽 보더라인 안쪽으로 꽂아 넣으며 루킹 삼진 처리했다. 동시에 실점 위기도 넘겼다.
삼성은 9회초 바로 리드를 잡으며 승기도 잡았는데, 흐름을 잡은 이닝의 리드오프가 바로 지난달 초 KIA에서 이적한 류지혁이었다. 이날 5번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한 류지혁은 마운드에 두산 마무리 홍건희가 등판한 가운데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루를 만들었다. 또 타석에 호세 피렐라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무사 2루로 찬스를 키웠다.
삼성은 류지혁이 아웃카운트 없이 만든 득점권 찬스를 제대로 살렸다. 피렐라의 투수 맞고 굴절되는 내야안타로 무사 1·3루에서 오재일이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됐지만 8번 강한울이 2루수 땅볼로 3루주자 류지혁을 불러들였다. 여기에 2루수 이유찬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는 사이 2루에 있던 피렐라까지 홈을 밟아 삼성은 5-3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김현준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보탠 끝에 6-4로 승리했다.
8회 왼손타자의 타석에서 왼손투수를 내리고 우완 김태훈을 올린 장면을 두고, 권오준 삼성 투수코치는 “주자 있는 상황에서는 힘 있는 공이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다. 감독님 생각도 그러셔서 바로 움직였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 뒤 박진만 삼성 감독의 승장 코멘트에서도 류지혁의 움직임이 조명됐다. 박 감독은 “9회 류지혁의 도루 성공이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읽는 센스와 과감함 모두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지혁은 이날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마지막 타석 활약으로 히어로가 됐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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