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머그샷 못 찍는데···미국에선 빌 게이츠·패리스 힐튼도 찍었다

김태원 기자 2023. 8. 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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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사상자 14명이 나온 이른바 '서현역 흉기 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머그샷 촬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피의자가 머그샷 촬영을 거부할 수 없도록 경찰에 권한을 준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대상자인 피의자 동의가 있어야 머그샷의 촬영·공개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머그샷 촬영 및 공개에 동의한 피의자는 이석준 단 한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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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사진 제공=LAPD·샌프란시스코 글로브
[서울경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사상자 14명이 나온 이른바 ‘서현역 흉기 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머그샷 촬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살인범이 사진 촬영 선택권까지 갖느냐는 이유에서다.

범인 식별을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을 뜻하는 머그샷(mugshot)은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시행된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현상수배범 공고를 위해 만든 관행이 이어진 것이다.

미국은 머그샷 촬영에 관해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범죄건 피의자가 되면 머그샷을 공개한다. 무죄추정의 원칙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머그샷을 찍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입원한 피의자일 뿐이다.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왼쪽), 힐튼호텔 그룹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가운데),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머그샷. 사진 제공=Chudnovsky Law

미 최대 도시인 뉴욕시의 경우 머그샷과 관련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중범죄(felony) 등 경찰이 머그샷을 촬영해도 되는 범죄 항목이 열거되어 있고 이에 해당할 경우 경찰이 판단해 사진을 찍고 공개할 수 있다. 피의자가 머그샷 촬영을 거부할 수 없도록 경찰에 권한을 준 것이다.

이처럼 제도가 확실히 지켜지니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도 피할 길이 없다. 빌 게이츠는 1977년 뉴멕시코주에서 운전면허증 미소지 및 신호 위반으로 ‘활짝 웃는’ 머그샷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2017년 음주운전 혐의로 머그샷이 공개됐다.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1993년 음주 운전이 적발돼 머그샷을 찍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마약 소지 및 검사 불응)와 가수 저스틴 비버(음주·마약 상태에서 난폭 운전)도 머그샷을 피하지 못했다.

힐튼그룹의 상속녀 중 한 명인 패리스 힐튼은 마약 때문에 여러 차례 체포됐는데 세 가지 버전의 머그샷이 남아있다.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 살해한 이석준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머그샷을 찍었다. 사진 제공=서울경찰청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대상자인 피의자 동의가 있어야 머그샷의 촬영·공개가 가능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피의자의 방어권과 피의자 주변인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흉악범으로 법에 따라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가 동의했을 때에 한해 공개한다. 동의하지 않으면 신분증 사진을 공개한다. 2019년 경찰이 법무부 유권해석을 받아 이처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머그샷 촬영 및 공개에 동의한 피의자는 이석준 단 한 명뿐이다. 그는 2021년 신변보호 대상이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여성의 어머니를 찔러 살해했다.

이를 보완하고자 신상 공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이미 발의됐다. 피의자 체포 또는 구속 후 지체 없이 상반신과 전신을 촬영하고 보관하는 내용 등이 법안에 포함돼 있다. 머그샷 촬영과 관련된 법안까지 7건이 올라와 있지만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미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들의 머그샷 거부가 피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실익이 없고 피해자와 일반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백대용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 이사장(변호사)은 "현재 신상공개에서 피의자 인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사기와 같은 지능 범죄에서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경우"라며 "강력범죄는 이러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데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게 피의자의 인권을 해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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