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력한 태풍 온다는데…동해안 어촌 주민들, 출어 포기하고 부두 정박
평소 100여대가 수시로 입출항 하며 지역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던 묵호항의 어선과 화물선 등은 지난 6일부터 출어를 포기하고 태풍을 피해 부두에 정박해 있다. 묵호항에는 9일 현재 인근 어달항에서 온 소형어선과 울릉도와 인근 해역을 지나가던 선박까지 포함해 모두 150여척이 이중삼중으로 밧줄을 묶어 최대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묵호항을 선적으로 문어잡이 배를 운영하고 있는 D어선의 선주 최모씨(60)는 “태풍처럼 강풍과 높은 파도, 집중호우가 내릴때는 평상시보다 밧줄을 2~3개 더 걸어 부두와 다른 배와 부딪치지 않게 해야 한다”며 “7일 정도 출어를 못하는 것도 피해이지만 배가 침몰되거나 파손될 경우 엄청난 재산피해를 보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며 무사히 지나가기만 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어달항과 대진항·천곡항 등은 방파제가 짧고 취약해 방파제가 긴 묵호항에 비해 너울성 파도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어달항을 선적으로 하는 31척의 어선 중 5~6척을 제외하고 모두 묵호항에 대피하고 있다. 대진어촌계 재적 어선 65척은 고스란히 대진항에 피항하고 있다.
동해지역 6곳의 해수욕장은 지난 5일부터 파도가 높아지고 해안으로 바다 쓰레기가 밀려오면서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져 피서객들이 속속 되돌아가는 상황이다. 지난 7월 30일 3만9354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해수욕장 일일 방문객 수는 8월초 2만명대로 줄었다가 4~6일 3만명대로 오르는가 싶더니 입수금지가 널리 알려진 7일 2만명대, 8일 1만명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태풍이 통과하는 10일~11일에는 거의 사람이 찾지 않는 해변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경기도에서 휴가차 아이들 둘과 아내 등 가족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망상해수욕장을 찾은 A씨(35)는 “동해안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오래전에 계획된 여행이라 올 수밖에 없었다”며 “바다에는 못 들어가지만 모래사장에서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반면 망상해수욕장 상가의 횟집과 음식점·카페 등은 지난해보다 긴 태풍의 영향에 쉬는 날이 많아져 매출이 감소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상인 B씨는 “지난해는 태풍 때문에 매출이 하락한 날이 3~4일 정도 였다면 올해는 가뜩이나 해수욕장 방문객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영업을 못하는 날이 일주일 정도로 길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급경사로 인한 산사태(동문산 인근)와 낙석·붕괴(돌산남지구), 저지대(묵호여객선터미널 인근, 항로복개로 하류, 해맛이길 산복도로) 침수피해 우려 지역까지 재해 취약지역이 유난히 많은 발한동에는 책임 담당자가 지정돼 24시간 근무에 들어가는 등 비상이 걸렸다.
평소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 위에 세워진 묵호등대도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9일부터 10일까지 휴관에 들어가면서 논골담길과 덕장길, 바람의 언덕 등을 찾아왔던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묵호·강릉항~울릉도, 울릉도~독도를 운항하는 쾌속여객선 씨스타 1·5·11호는 이미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결항 통보를 완료하고, 묵호항터미널 부두에 밧줄을 6겹으로 걸어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씨스타 여객선의 선사 씨스포빌 관계자는 “여름철이 성수기이긴 하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해수욕장을 찾거나 울릉도·독도를 여행하는 관광객도 줄어든데다 태풍으로 인해 휴항이 장기화되다 보니 여객 감소로 인한 매출에 영향이 크다”며 “이번 태풍은 위력이 크다고 하니 배가 파손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선박과 육상에서 비상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해 망상동에는 망상뜰·노봉굴다리·발한천굴다리·초구삼거리·노봉해수욕장하상도로 등 침수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부곡동에는 묵호고입구·부곡복개류하류, 북삼동에는 쇄운삼거리·북평중도로·명보1차A인근·북삼동행정복지센터인근·나안동KT뒤편·청운지하차도, 북평동에는 추암둘다리·대구굴다리·이도굴다리·이도지구·단실기원·연당세천인근·전천, 삼화동에는 이기마을진입로·달방도로, 송정동에는 용정굴다리·송정뜰, 천곡동에는 하평도로 등 34곳이 침수·하천범람·낙석·붕괴 등으로 여름철 재해취약지로 지정, 인명피해가 우려돼 관리책임자 배정과 함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동해해경은 9일 오후 6시 현재 동해 전 해역에 연안사고 위험 예보제를 기존 ‘주의보’ 단계에서 안전사고 위험성이 최고조로 우려되는 ‘경보’ 단계로 격상했다.
동해시도 9일 6시부로 자연재난 비상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23개반 46명으로 구성된 재난안전대책본부(시청 신관 1층 재난안전상황실) 가동에 들어갔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영동지역은 태풍의 위험반경에 포함돼 있어 인명·시설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며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예찰, 기상상황 모니터링 강화, 주요 시설물 점검, 피해발생시 신속한 조치 등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수 jintru@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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