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출신’ 은나영 치어리더가 말하는

김아람 2023. 8. 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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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6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스턴트 치어리딩’은 서울 SK의 자랑 중 하나다. 스턴트 치어리딩이란 최소 3명, 최대 24명의 사람들이 기존의 치어리딩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려하고 아슬아슬한 행위를 접목한 형태이다. 영화 등에서 사용되는 ‘스턴트맨’이란 용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SK 드림팀은 타임 아웃 때 팬들을 위해 좀 더 특별한 치어리딩 즉, 스턴트 치어리딩을 선보이고 있다. 바스켓코리아 7월호는 잠실학생체육관을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2명의 플라이어 중 은나영 치어리더와 대화를 나눴다. 

 

스턴트 치어리딩 국가대표 출신인 은나영 치어리더는 우리에게 생소한 스턴트 치어리딩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소개했다. SK에서 선보이는 치어리딩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최고 난도라는 사실과 자신에게 SK 스턴트 치어리딩이 특별한 이유도 설명했다. 

 

“팬들과 함께하는 게 (일반적인 스턴트 치어리딩과)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대회에 나갈 때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SK에선 팬들과 한마음으로 응원을 나누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팬들과 소통하는 거요. 농구단 치어리더를 하기 전에는 못했던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근황부터 시작해 볼까요? 

농구 시즌이 끝난 후엔 학생들 수업과 개인 운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학생 수업이요?) 학교나 치어리더 클럽팀에서 치어리딩과 K-POP을 가르치고 있어요. 

 

개인 운동은 어떤 걸 하시나요?

혼자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스턴트 치어리딩하는 친구들과 주말에 모여서 몸을 풀기도 해요. 

 

높이 날아오르는 스턴트 치어리딩 특성상 장소 섭외가 까다로울 것 같은데.

맞아요. 안전을 위해 주로 치어리딩 매트가 있는 곳에서 해요. 학교 체육관이 제일 높아서 보통 그곳에서 하는 편이에요. 날이 좋은 날엔 한강에서 할 때도 있어요.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위험할 수도 있어서 안전요원처럼 스파터(spotter)도 세워요.

 

한강에서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중으로 높게 올라가서 그런지 신기하게 쳐다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이제 은나영 치어리더에 관해 들어보고 싶어요. 먼저 학창 시절 이야기부터.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어요. 합창단을 해본 적도 있는데, 노래보단 춤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중학생 때는 댄스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이후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댄스 전공으로 입학했고요. 제가 (댄스 전공) 1기 졸업생이에요. 

 

기본적으로 춤에 소질이 있으셨나 봐요. 스턴트 치어리딩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지역 행사에 공연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스턴트 치어리딩을 처음 접했어요. 사람들이 날아다니는데 신기하기보단 재밌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더라고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 호기심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스턴트 치어리딩팀에 찾아갔어요. 

 

그럼 졸업 후에 스턴트 치어리딩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건가요?

그땐 스턴트 치어리딩이 덜 알려졌을 때였어요. 취미로 모였던 팀이었죠.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으셨지만, 진심과 열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엔 치어리딩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강사 일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스턴트 치어리딩 국가대표 출신이시죠. 

2012년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뽑혔어요. (스턴트 치어리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시기였는데, 운동 능력이 좋았나 봐요(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18년까지 6년 정도 국가대표를 했고, 매년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되는 세계 대회(월드 치어리딩 챔피언쉽)에도 출전했었어요.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대한치어리딩협회에서 매년 8~9월 정도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해요. 베이스(아래에서 받쳐주는 사람)와 플라이어(올라가는 사람) 합쳐서 최대 24명을 선발하는데, 선발된 인원들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주로 주말에 모여서 연습을 하고, 다음 해 4월에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형식이에요. 

 

국가대표 선발과 세계 대회 경험을 통해 얻은 점도 있을까요?

한국에서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열심히 했지만, 역시나 더 잘하는 팀들이 많더라고요. 매년 다른 팀을 보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더 노력했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은 제가 발전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은나영 치어리더가 국가대표로 있던 시기에 최고 성적은 어떻게 되나요?

최고 기록은 5위였어요. (보통 몇 팀 정도 참가하나요?) 레벨별로 달라요. 레벨1부터 레벨 6~7까지 있는데, 낮을수록 회전수 제한 등이 있어요. 레벨이 높아질수록 손과 다리 연결이 줄어들고요. 저희는 5레벨에 참가했는데, 많을 땐 20팀 정도가 참가했어요. 

 

SK에서 공연할 때 선보이는 스턴트 치어리딩 레벨은 어느 정도 될까요?

나이츠 공연에선 6~7레벨 정도로 해요. (최고 난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더 어려운 기술도 있지만, 일단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최고 난도라고 보시면 돼요.

 


호주에서 잠깐 살기도 했다고요.

저도 (스턴트 치어리딩과 관련해) 피드백을 받고 싶은데, 어느 순간 제가 지도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해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게 없나 하고 찾아봤어요. 그러다가 호주 스턴트 치어리딩팀을 알게 됐고, 2018년 하반기에 호주로 가서 더 배우고 왔어요. 

 

호주팀에는 어떻게 합류할 수 있었나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갔어요. 그 팀에서 진행하는 트라이아웃에 통과하면 가려고 (호주팀에) 영상을 보냈는데, 다행히 합격했어요.

 

준비할 것도 많았을 텐데요.

관련된 정보를 알아보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어요. 영어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이었고요(웃음). 치어리딩 용어 자체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기술 소통에 있어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리고 호주팀에서 치어리딩 대회에 나가려면 추가 비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농장에서도 일했어요. 

 

대단한 열정입니다. 호주팀 소속으로 나간 대회는 어땠어요?

1등 했어요(웃음). 제일 잘하는 팀에 들어갔거든요. 무엇보다 호주에선 제가 원하던 스턴트 치어리딩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배운 게 많아서 좋았어요. 낯선 곳에서 영어도 못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운 적도 많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정말 후회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거든요. 

 

한국에는 언제 돌아왔나요?

2020년 초,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호주에서 모든 열정을 다 쏟아부었더니 좀 쉬고 싶더라고요.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좀 통통해졌는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친구들도 자주 만났어요. 국가대표를 할 땐 저만의 시간이 없었거든요. 

 

이후 SK 드림팀에 합류했습니다. 

예전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하셨던 HSCOM(에이치에스컴)이라는 회사의 연락을 받았어요. 여태까지 해왔던 게 치어리딩이고, 잠깐 쉬었다고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에 저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동호회 성격의 팀부터 국가대표, 해외팀, 강사, 농구단 치어리더까지 스턴트 치어리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셨어요. SK 드림팀 소속으로 선보이는 스턴트 치어리딩과 다른 것들의 차이가 있을까요?

팬들과 함께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대회에 나갈 때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SK에선 팬들과 한마음으로 응원을 나누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팬들과 소통하는 거요. 처음엔 어색하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가까이에서 서로 웃으면서 파이팅도 잘해요. 농구단 치어리더를 하기 전에는 못했던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팬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받죠?

네. 경기장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나 SNS로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공중으로 방방 뛰니까 더 신나게 응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시고요. 그리고 제가 공중에 있는 동작을 멋있는 타이밍에 멋지게 찍어서 보내주시는 분도 계시는데, 정말 너무 감사해요. 치어리딩 대회에선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위해 멀리서 동영상 위주로 촬영하거든요. SK 치어리더를 하면서 공중에 있는 제 단독 사진을 처음 봤어요. '공중에선 내가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걸 알았죠. 제 인생샷이기도 해요. 

 


팬들과의 일화도 있을까요?

일화라기보단 농구단 치어리딩으로만 느낄 수 있는 점이 있어요. 스턴트 치어리딩은 공중에서 하는 동작이 많다 보니, 착지해야 하는 방향을 주시해야 해요. 일단 날면 다른 건 거의 못 보게 되죠. 그런데 공중으로 날아가기 전엔 팬들의 시선과 높이가 맞아서 인사를 나누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대회에선 겪어보지 못했던 여유와 에너지를 느껴요. 

 

농구라는 스포츠는 어떤가요?

어렸을 때 농구단에서 리틀 치어리더를 한 적도 있어요. 그땐 어려서 잘 몰랐는데, 커서 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코트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열심히 응원해야 하는데, 가끔 너무 집중해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어요(웃음). 

 

일반적인 스턴트 치어리딩과 비교해 어려운 점은 없나요?

응원단 공연 곡은 다른 스턴트 치어리딩 곡보다 속도가 좀 느린 편이에요. 그래서 힘을 더 주고 버티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스턴트 치어리딩 전용 복장은 타이트하면서 장식이 없어요. 정확하게 잡으려면 타이트해야 하고, 부상 위험으로 장식이 없어야 하거든요. 나이츠 복장은 화려하기도 하고, 모자가 달린 옷도 있어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행히 함께하는 친구들이 숙련자라 부상 위험은 없지만, 일반적인 복장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어요. 

 

치어리더로서 가진 목표도 소개해주세요. 

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오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도 지도자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국가대표 코치직도 노려보고 싶어요. 현역으로 은퇴해도 이쪽 일은 계속하고 싶을 거예요. 

 

은나영 치어리더에게 치어리딩은 어떤 존재인가요?

활력소예요.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든 날도 있는데, 신기하게 치어리딩을 하면 싹 다 잊혀요. 긍정적인 에너지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지는 게 활력소가 딱 맞는 것 같아요. 어려웠던 일들도 치어리딩을 하고 나면 다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농구단 치어리더는 제가 잘하는 스턴트 치어리딩과 좋아하는 K-POP 공연을 함께할 수 있어서 최고의 직업인 것 같아요. 경기마다 너무 즐거워요.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을까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팬들께서 아는 척을 해주셨을 때 부끄러워했어요. 다음 시즌엔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해요. 그리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퍼포먼스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처음엔 스턴트 치어리딩이라는 게 생소하셨을 텐데, 지금은 기술 용어를 아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리고 SNS로 항상 다치지 말라는 응원도 해주세요. 치어리더인 제가 오히려 응원을 더 받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멋있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본인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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