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지수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디플레’ 우려 고조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0개월째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고 9일 밝혔다. 중국 CPI가 하락한 건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월별 추이를 보면 중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8%에서 지난 1월 2.1%로 올라간 뒤 지속적인 하락 추이를 보이다가 지난 6월 0%를 찍은 데 이어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기대만큼 소비 심리와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PPI는 10개월째 마이너스다. 7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5.4%)보다는 하락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시장 예상치(-4.0%)를 뛰어넘었다.
중국 통계당국은 물가 하락이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압력을 부인한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점차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가 회복되고 시장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수급관계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한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CPI와 PPI는 모두 디플레이션 영역에 있고, 내수 부진으로 인해 경제 모멘텀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면서 “최근 발표된 정책들이 경제 모멘텀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으며, 디플레이션은 추가적인 재정 부양책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이코노미스트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확실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인데, 이것은 재정·통화 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려 경기를 활성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는 위안화 약세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인민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정부의 재정 확대도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0년간 고도성장을 이뤄온 중국이 앞으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식 침체를 고스란히 따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은 바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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