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없이 긴박하게…방통위, KBS·방문진 보궐이사 추천·임명 강행

‘긴급을 요하는 사유’라며
서기석·차기환 합류시켜

“김효재 임기 내 처리 목적”
김현, 회의 운영 위반 주장

“윤 정부, 공영방송 장악 중단하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9일 열린 ‘KBS·MBC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사 해임과 사장 교체 등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공사(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를 9일 추천·임명했다. 야당 측 방통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긴박한 사유’가 없는데도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보궐이사에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방문진 보궐이사에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지난달 12일 윤석년 전 KBS 이사의 해임, 지난 7일 임정환 방문진 이사의 사퇴에 따른 조치다. 방송법을 보면 KBS 이사회에 결원이 생겼을 때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방문진 이사의 경우 보궐 임원의 임기만을 정하고 있다.

통상 방통위 회의 안건은 금요일에 사무처가 보고하고, 월요일에 위원 간 비공개 간담회를 연 뒤, 수요일에 전체회의를 여는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 4일 사무처가 보고한 전체회의 안건에는 KBS, 방문진 보궐이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7일 오후 5시쯤에야 안건을 추가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긴급을 요하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현 상임위원은 “긴박한 사유는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인 오는 23일 이전 (보궐이사 추천, 임명을) 처리하겠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며 “보고 절차를 생략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 회의 운영 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방문진 이사의 자리는 사퇴 이틀 만에 채워졌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성명을 내고 “차기환은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을 비하하는 극우 사이트 ‘일베’ 글을 공유하는 등 극우 성향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방문진을 다시 일베들의 놀이터로 만들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 절차도 진행중이다. KBS 이사 6명과 방문진 이사 6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순간,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질식하게 될 것”이라며 “폭주하는 ‘해임 열차’를 최우선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