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50년간 담은 대구 사진史, 이제 돌려드립니다
대구의 원로 사진작가가 50여년간 모은 지역 사진 자료를 시에 기증했다.
대구시는 지역 사진작가 서규원(85)씨가 50여년간 소장했던 지역 사진 자료 700여점을 기증했다고 9일 밝혔다. 서 작가는 대구사진대전·경북사진대전·전국흑백사진대전 등 지금도 열리고 있는 지역 사진 공모전의 1회부터 작년 대회까지의 수상작 등을 빠짐없이 수집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사진대전 작품집·연감 등 서 작가가 기증한 자료는 1960년대와 2020년대까지 총 60여년의 대구 사진사(史)를 담아냈다. 특히 이번에 서 작가가 제공한 목록에는 1세대 사진작가인 석관 신현국을 비롯해 차용부·강상규·김일창 등 지역 원로 사진작가들의 작품집도 포함돼 더욱 가치가 높다고 한다.
◇ 지역 풍경 담던 작가, 사진史를 모으다
대구에서 태어난 서 작가는 1965년부터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고향인 대구의 풍경과 노동 현장을 좋아했다. 그의 대표작 중에도 1960~1970년대 대구에서 볼 수 있던 주변 이웃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지난 2016년엔 활동 50주년을 기념한 사진집 ‘삶’을 발간했다.
작가 활동과 동시에 지역 사진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힘썼다. 서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지회 24·25대 지회장을 역임했고, 대구예총 회장 직무대행,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및 부이사장을 맡았다. 그가 지역 사진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민웅기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지회장은 “지금도 대구 사진단체와 인물에 대해 알고 싶을 때는 서 작가님을 찾는다”면서 “대구 사진인들에게 서 작가님은 ‘걸어 다니는 사진 자료실’로 불린다”고 했다.
과거에도 지역 사진 자료를 모으는 노력이 없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대구사진협회 등이 입주해있던 대구시민회관 건물이 화재로 불에 타면서 당시 보관하던 자료들도 모두 소실됐다고 한다. 서 작가는 “대구 사진계에 몸담아 오면서 사진 단체와 개인에 대한 자료가 이리저리 흩어져있고 일부는 유실됐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면서 “사진 단체의 창립 관련 자료를 수집해 지역 사진사(史)의 뿌리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 작가가 이번에 기증한 자료에도 대구 지역 사진작가들의 모임인 ‘대구 사광회’ 자료와 지역 사진작가들의 작품집이 많다.
◇ “생명 구한 대구에 보답할 것”...기증 결심
서 작가가 50여년간 모은 자료를 대구시에 기증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진행된 원로예술인구술(口述)기록화 사업에서 비롯됐다. 당시 업무를 맡았던 대구시 문화예술기록팀 남지민 주무관이 서 작가에게 구술을 부탁했으나, 서 작가가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진 뒤 몇 달간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집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을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과정에서 남 주무관이 “몸이 안 좋다”는 서 작가의 말에 이상을 느끼고 직접 서 작가를 부축해 병원으로 갔다.
검사 결과 서 작가는 뇌출혈로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술 후 건강을 회복했다. 서 작가는 이후 타 지역에서 자료 기증을 요청해오자 이를 거절하면서 “생명을 구해준 곳에 보답하겠다”며 대구시에 자료를 기증했다.
조경선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50여년간 손수 모은 귀한 사진 자료를 기증해주신 서규원 작가님에게 감사 말씀을 전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예술인들을 기억하고 예술자료를 보존·활용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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