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847곳으로 급증…정부 관리 사각지대
[EBS 뉴스]
사교육의 출발지로 통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은 전국에 이미 800곳이 넘습니다.
최근 5년 사이 50% 넘게 급증했는데요.
아이들이 종일 머무는 시설이지만, 법적 지위는 학원이어서, 영유아 교육기관이 따르는 법적 제도적 규제에선 벗어나 있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시겠습니다.
[VCR]
유아 대상 영어학원 '영어유치원'
전국에 이미 847곳
부모들 기대는 '유치원'
법적으로는 '학원'
무자격 강사·보육 전문성 '미비'
301곳, 518건 행정처분…
학부모들은 '깜깜이'
관리 '사각지대' 놓인 영유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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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황대훈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아 영어학원 이제는 한 두곳이 아니죠.
비용이 매우 비싼 것 같은데요.
황대훈 기자
교육부 전수조사에 따르면 평균 월 175만 원이었고요.
한 달에 싼 곳은 150만 원, 비싼 곳은 250만 원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 버스비, 급식비, 방과후 활동 비용까지 붙으면 실제 학부모들 부담은 더 늘어나는데요.
이렇게 비싸면 당연히 교육과 보육의 질이 높을 거라 기대하게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유치원처럼 급식을 주는데 학원이 급식을 하려면 집단급식소로 신고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곳이 많고요, 영어학원이라고 하면서 한글, 예체능까지 가르치면서 사실상 학교처럼 운영하는데 이러면 현행법 위반입니다.
원어민 강사도 영어권 출신이 아닌 외국인을 데려다 놓는 경우가 있는데요, 법적으로 별다른 자격요건이 없기 때문이고요.
학교도 못 가는 나이의 어린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아무런 전문지식이 필요 없이 채용이 되는 상황입니다.
젊은 법조인들의 단체인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 전직 유아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공개했는데요.
이 강사에 따르면 상당한 대형 영어학원에서도 운영자와 강사들의 상당수가 유아교육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고, 4년제 학위 외에 강사에게 별다른 자격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제로 이번 상반기 전수조사에서 301곳에서 적발사항이 518건 나왔죠.
황대훈 기자
네, 세 곳 가운데 한 곳 꼴로 문제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행정처분을 받으면 그 내용이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교육을 받는 어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선데요. 학원에는 이런 내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어떤 걸 위반했는지, 지적받고 고치기는 하는 건지 학부모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알음알음 소문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서 이 학원이 문제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추측해야 하는 상황인 건데요.
해당 교육청에 물어봤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A 교육청 관계자
"처분 내용은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비공개 대상이거든요. (학부모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렇긴 하겠죠."
앞서 말씀드린 변호사 단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자녀를 유아 영어학원에 보낸 학부모 50명 가운데 대부분인 48명이 영어학원 운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더 큰 문제는 학부모들이 비싼 교육비를 내면서도 학원에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는 면이 있다고요.
황대훈 기자
일단은 학원 측의 불안마케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값비싼 입학시험을 보겠다고 몇 달씩 기다리게 하는 건 물론이고요.
지원율이 높아서 자리가 얼마 없다, 빨리 등록하셔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이게 보통 학원이면 안 보내면 그만인데, 여기는 전일제로 운영되고, 어느 정도는 돌봄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학기 중엔 문제가 생기더라도 등원을 멈추면 아이를 돌볼 방법이 없어지니까 학부모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면이 있습니다.
이번에 다니던 영어학원의 문제를 제보한 학부모들을 만났는데, 이 학부모들은 영어학원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또 다른 영어학원밖에 없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꼭 영어를 시키려는 것보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이용하는 수요도 적지 않다는 의미일까요?
황대훈 기자
그렇습니다.
유아 영어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모두 고난도 선행학습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는 건데요.
제가 취재한 지역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충분하지 않은 과밀지역들도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낼 생각이 없었는데 지원했던 곳에 전부 떨어지고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까 결국 시도한 곳이 학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또 쫓겨나면 그다음에는 꼼짝없이 독박육아를 해야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유아 영어학원 문제, 유치원 간판 단속 말고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요.
이번 달에 유아사교육비 경감방안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학교처럼 운영하는 걸 막겠다고 했는데요.
일부 학부모들은 급식 중단 같은 인위적 조치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유아 영어학원 학부모 / 서울
"애들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면 갑자기 일반 유치원으로 옮기나요? 애들도 적응이라는 걸 하는 게 있는 거고 일반 유치원에서 그걸 다 수용이나 할 수 있나요? 영어 학원에 대해서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6개월 만에 해결을 하겠다, 그거야말로 저는 너무나도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당장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영향이 가는 규제보다는 학원법을 고쳐서라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개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관련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희영 공동대표 /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지금 이런 추세라면 거의 태아 때부터 영어 배울 분위기거든요. 사실상 아마 근시일 내에 영어 어린이집이 굉장히 활성화될 거라고 저는 거의 장담을 할 수 있거든요. 사실 애들이 화장실 기저귀도 못 가는 상태에 기저귀도 못 갈고 밥도 혼자 못 먹는 아이들인데 거기서 보육 기능이 빠지고 학습자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학원법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학원법의 영유아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그런 필수 조항들을 반드시 추가해야 된다….
서현아 앵커
그래서 정부도 영유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겠다고 하고 있는 건데, 어떤 대책이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아이들에게 시키는 영어 공부, 정말 효과는 있는 겁니까.
황대훈 기자
2002년에 교육부가 진행한 정책연구 결과는 만 6세 이전에 시키는 외국어 교육은 효과가 별로 없고 두뇌 발달에도 좋지 않다고 나왔습니다.
공교육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있는 거고요.
그래서 교육전문가들은 대체로 무리한 영어 조기교육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공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나이를 앞당기려면 상당한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만 그 뒤로 10년, 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영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나이대도 어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이런 연구 내용을 좀 낡은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때문에 교육부가 하반기에 진행하기로 한 연구 결과가 상당히 주목되는데요.
과도한 조기 사교육이 영유아의 인지 능력과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20년 전에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처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신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사교육의 부작용을 국가가 확인해주고, 정말로 적정한 나이에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해주겠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공교육을 강화해서 믿음을 줘야 하겠고요.
결국 근본적으로 과도한 경쟁교육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나오죠?
황대훈 기자
맞습니다.
화면으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저희가 한 학부모에게 받은 유아 영어학원 시험지인데요.
보시면 수레, 조랑말, 4륜차, 왜건 이런 한글 단어를 읽고 영어로 번역해서 받아쓰기를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그러니까 한글 선행도 자동으로 이뤄지는 상황인 겁니다.
연필 잡는 법을 4살 때 배우고요.
이렇게 모든 과정을 앞당기게 만드는 사교육의 최첨단에 유아 영어학원이 있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꼭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모이는, 앞서가는 곳이라는 인상 때문에 영어학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학부모 (유아 영어학원 고민 중)
"특별할 게 없는 방식이더라고요. 분명히 얻을 수 있는 어떤 영어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거다. 애한테 뭐랄까요, 아웃풋이라고 해야 되나요? (학원 보낸) 애들 영어 실력이 정말 괜찮냐라고 했을 때 그렇지 않다라는 거죠.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 여부랑 상관없이 그래도 좀 교육에 관심이 많이 있으신 학부모님들이나 애들이랑 그루핑이 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 약간 이걸로 좀 약간 양분되는 느낌이라 그게 걱정이 됐고 영어를 배워서 좋은 것보다 그런 어떤 수요가 다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이 정제됐기 때문에 좋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영어교육에 효과가 없는데도 그곳에 정보가 모이고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보낸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학생 발달에 안 좋다, 정신건강에 나쁘다는 지적이 아무리 나오더라도 끝없는 경쟁교육이란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당장의 경쟁에 도움이 되는 선택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으로 과열된 경쟁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부가 일단 더 이상 관리 사각지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방침은 밝힌 상태인데요.
후속 대책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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