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혐의’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장관 이첩 대기 명령 없었다”
‘상병 순직’ 수사단 대령 입장문
“법무관리관 의견·차관 문자 받아”
국방부 ‘대면 지시’ 입장에 반박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9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경찰에 이관한 데 따른 논란과 관련해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는 시기를 늦추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됐고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박 대령은 이날 실명 입장문을 내고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그 누구로부터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 (국방부)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국방부)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이는 국방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령과 국방부 주장이 부딪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신범철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이 장관 지시라는 점을 내세워 박 대령에게 전달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신 차관이 이를 해병대 지휘부에 전달한 방식과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이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게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고했고 이 장관은 결재했다. 그런데 이 장관이 31일 해병대에 경찰 이첩을 보류할 것을 신 차관과 법무관리관실을 통해 지시했다는 게 국방부 주장이다.
인권위 “징계·수사 즉각 보류해야” 긴급 의견 표명
해병대 수사단장 반박
실명 걸고 “엄정 수사했을 뿐”
사건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장관이) 해병대 부사령관을 통해 직접 대면으로 전달했고 부사령관이 사령관에게 장관 지시를 전달한 것”이라며 “분명히 (장관의) 추가 지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는 박 대령 주장과 상반된다.
전 대변인은 “차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이 없다”며 “장관 지시를 구두로 중간에 전달한 사항은 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다”는 주장과 충돌한다.
앞서 일부 언론은 신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특정 인원의 혐의 관련 내용은 삭제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김 사령관은 이를 박 대령에게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신 차관이 특정인을 제외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내용을 부인하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맞섰다.
박 대령은 입장문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채 상병)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셨고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하였다”고 했다.
박 대령이 전 대변인의 브리핑 이튿날 실명을 내걸고 국방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의혹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기자에게 “이첩 보류를 (박 대령에게) 지시했고 차관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한 것은 “장관의 지시를 전달한 것”이라며 사실 여부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조사본부는 혐의 사실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 혐의자들은 삭제하고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것으로 보이며 이첩까지는 2~3주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징계·수사를 즉각 보류해야 한다는 긴급 의견을 표명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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