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한반도 훑는 ‘종단태풍’ 카눈, 213명 삼킨 루사 닮았다

문지연 기자 2023. 8. 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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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침 남해안에 상륙 예상
시속 20㎞ 안팎 느린 속도로 관통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광장 앞바다에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뉴시스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며 남북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1951년 태풍 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 출현한 일명 ‘종단 태풍’이다. 전례 없던 이 태풍과 그나마 비교할 수 있는 건 2002년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통과했던 태풍 ‘루사’다. 카눈은 루사처럼 느린 속도로 한반도 전역을 훑고 지나갈 전망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카눈은 제주 서귀포 동남동쪽 약 220㎞ 부근 해상을 시속 19㎞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이며 최대 풍속은 시속 126㎞다. 현재 위력은 ‘강’ 수준으로 이는 기차가 탈선할 수 있는 정도의 세기다. 태풍 중심과의 거리는 통영 260㎞, 완도·여수 270㎞, 부산이 300㎞ 정도다.

실시간 기상 정보 사이트 윈디가 예측한 9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후 3시까지의 태풍 '카눈' 이동 경로. /윈디닷컴

카눈은 오늘 밤과 이튿날 새벽 사이 제주 동쪽 해상을 통과해 10일 아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약 24시간 동안 한반도를 천천히 관통할 예정이다. 오전 9시쯤 통영 북서쪽 40㎞ 지점에 다다른 뒤 내륙을 휩쓸겠고 오후 3시쯤 청주 남동쪽 20㎞ 지점을 지나겠다. 서울 등 수도권은 10일 저녁부터 밤까지가 최대 고비다. 이후 태풍은 11일 아침 북한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관측 이래 첫 ‘종단 태풍’... 닮은꼴은 2002년 ‘루사’

지금까지 예상된 카눈의 이동 경로는 한반도를 동서로 절반씩 가르는 모양으로 과거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이다. 국내에서 태풍 관측이 시작된 1951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생겨난 ‘종단 태풍’인 것이다. 그만큼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로나 속도 등을 비교해 봤을 때 그나마 비슷한 건 2002년 대규모 피해를 안겼던 태풍 루사다. 루사는 2002년 8월 31일 오후 3시쯤 전남 고흥에 다다른 뒤 이튿날 낮 12시쯤 강원 동해안을 거쳐 빠져나갔는데, 비스듬히 누운 대각선 모양으로 한반도를 관통했었다. 한반도 상륙 당시 위력도 지금 카눈과 같은 ‘강’ 수준이었다.

2002년 8월 31일부터 이튿날인 9월 1일까지 우리나라를 대각선으로 관통했던 태풍 '루사'의 이동경로. /기상청

예상 이동 속도도 매우 유사하다. 카눈은 한반도에 머무는 24시간 동안 시속 20~25㎞ 속도로 움직일 전망이다. 루사 역시 당시 21시간 동안 시속 18~23㎞의 느린 속도로 우리나라 전역을 휩쓸었다. 정체 기간이 길었던 만큼 피해 규모도 엄청났는데 사망자는 213명, 실종자는 33명에 달했다. 재산피해액은 무려 5조147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카눈의 피해 정도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이미 지난달 역대급 장마가 할퀸 수해가 복구되지 않은 곳이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또 남해상 쪽 수온이 현재 29도에 육박하는 등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수증기를 머금은 카눈이 몸집을 더 키울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선제적 대비에 돌입했으며, 태풍 영향권에 든 제주는 항공편을 결항하고 일부 학교의 등교 시간을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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