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이 쓰는 ‘국민 앱’...한국 최대 유통공룡 턱밑까지 추격 했다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3. 8. 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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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판 바꾼 쿠팡 ◆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의 올해 2분기 매출이 58억3천78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쿠팡이 제시한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1천314.68원을 적용하면 매출은 약 7조6천74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쿠팡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쏘아올렸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매출 또한 ‘유통공룡’ 신세계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로켓그로스’를 통해 네이버가 주도하고 있는 오픈마켓 분야로 공격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상품을 쿠팡에 보내면 보관은 물론 포장·재고관리·배송까지 일괄적으로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다.
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쿠팡이 거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 58억3788만달러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고치다. 이 기간 평균 원·달러 환율로 산출하면 쿠팡의 지난 2분기 매출은 7조6749억원에 이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세계(신세계 및 이마트 합산·연결 기준) 매출은 9조38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쿠팡은 신세계와 견줄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약 602조원에 이르렀으며 점유율은 신세계 및 이마트가 5.1%로 가장 높았고 쿠팡(4.4%), 롯데(2.5%)가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온라인 판매만 하기 때문에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를 취급할 수 없다”라면서 “주류 등이 없는데도 신세계와 견줄 만큼 성장한 것만으로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쿠팡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잠금효과(락인효과)’가 깔려있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활성고객은 1971만명을 기록했다. 활성고객은 쿠팡에 방문해 한번이라고 상품을 구입한 사람이 몇명인지 산출한 수치다. 이미 전체 인구 5명 가운데 2명은 쿠팡에서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칸타월드패널 조사에서도 지난 1분기 쿠팡은 구매경험률이 58.4%였는데 이마트(65.2%)에 견줄 만큼 성장했다. 구매경험률이란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중 1년간 해당 유통업체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비율을 말한다. 특히 구매가 간편한 전자상거래 특성에 따라 연간 구매 횟수는 쿠팡이 13.2회로 이마트(8.6회) 보다 많아 주목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쿠팡에 들어가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이른바 ‘쿠팡 유니버스’가 완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통시장에서 여전히 쿠팡 시장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면서 “비교 불가한 수준의 투자와 고객 만족에 변함없이 집중해 수익성 확대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계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에서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2016년 16%에 그쳤지만 2021년 40%를 넘어선 뒤 40%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이 점차 사업영역을 넓혀야 하는 순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통해 ‘쿠팡 유니버스’를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강점을 지니던 ‘직매입(1P)’ 유통을 넘어 ‘통신판매중개(3P)’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중소기업 제품을 입점시켜 ‘로켓그로스’를 통해 판매 및 배송, 반품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쿠팡만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없던 중소기업이 쿠팡의 물류망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쿠팡이 자신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쿠팡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오픈마켓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칸타월드채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조사에서 쿠팡의 온라인 구매액 점유율은 25.8%였고 네이버는 9.4%로 뒤를 이었다. 아난드 쿠팡 CFO는 “중소기업들이 이끌고 있는 ‘마켓플레이스’와 ‘로켓그로스’는 ‘로켓배송’보다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면서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물류망 시설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중소기업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진출 또한 쿠팡이 눈여겨 보고 있는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다. 쿠팡의 물류망을 이용해 국내 중소기업이 대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해외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쿠팡에 따르면 대만으로 배송되는 로켓직구 상품의 90%는 한국에서 직접 배송한다.

쿠팡은 약 3만원(690 대만달러)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하고 있다. 주문 직후 대만행 첫 비행편으로 발송하면 하루 이틀 사이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대만에 진출한 이유는 ‘K-푸드’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도시 거주자가 많아 로켓배송을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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