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연기는 태풍 카눈 때문에?…제주도가 걱정한 안전불감증
축구는 상대적으로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종목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공만 구르면 경기를 진행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팬들도 웬만한 악천후에는 경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9일 오후 7시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태풍 카눈이 지나간다는 소식에도 두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에 모였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을 목놓아 응원했다.
걱정했던 날씨도 선선한 바람만 부는 수준이라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는 킥오프는 없었다. 제주 구단이 경기 시작 30분을 남긴 7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태풍에 의한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경기 진행이 불가하여 경기감독관, 대회 본부 등 관계자와 논의 끝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오늘 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제주 구단이 내린 결정은 아니다. 제주도가 오후 6시 30분 대한축구협회와 포항, 제주를 대상으로 보낸 한 장의 공문이 경기 연기를 불렀다.
제주도는 이 공문에서 ‘대회를 강행 시, 선수 및 관중의 안전사고 우려되고, 또한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경기 취소 및 연기를 요청하오니, 적극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요청했다.
결국, 경기 개최 여부를 결정짓는 경기 감독관과 협회가 제주도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경기가 연기됐다.
안전이 우선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0일 오후 남해안에 상륙하는 카눈을 대비해 대응 태세에 들어갔는데, 제주도는 그보다 빨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두 구단과 팬들은 안전 문제로 경기 연기가 필요했다면 이번처럼 경기 시작 1시간 전이 아닌 최소한 경기 개최 하루 전에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같은 시각 전국 각지에서 열린 프로야구가 정상 개최된 것도 비교된다. 안전 불감증을 우려했다면 아예 모든 경기를 취소하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옳다.
더군다나 두 구단은 이번 준결승전 연기로 잃은 게 많다. 빼곡한 K리그 일정과 8월부터 시작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겹친 터라 경기 날짜를 새롭게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정팀인 포항은 태풍을 감안해 평소보다 하루 먼저, 하루 더 늦게 제주를 오가는 일정을 잡은 터라 큰 비용도 감수하게 됐다. 포항을 따라 원정길에 나섰던 100여명의 팬들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가게 됐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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