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250달러 붕괴…테슬람은 사이버트럭만 기다린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8. 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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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테슬라 주가가 약세를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8일(현지시간) 3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250달러가 깨졌다. 테슬라 주가가 250달러 밑에서 마감하기는 지난 6월26일 이후 한달 반만에 처음이다.

테슬라 주가가 하락세로 방향을 튼 계기는 지난 7월19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였다. 테슬라는 지난 7월18일 293.34달러로 올들어 최고치를 찍은 후 이날 249.70달러로 마감하며 3주 남짓 동안 14.9% 급락했다.

한달 반 동안 겹겹이 쌓인 악재
주가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콘퍼런스 콜 때 올 3분기 전기차 생산량이 공장 설비 업그레이드로 2분기 수준을 밑돌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올 3분기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의 주행 보조 장치에 이어 조향장치 문제를 조사한다는 소식에 머스크의 후계자로까지 꼽혔던 테슬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재커리 커크혼의 갑작스런 사임까지 겹치며 주가는 반전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흘러 내리고 있다.

테슬라, 7월 중국 인도량 급감
8일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인 존 머피가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테슬라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모델 3와 모델 Y의 가격을 인하한 뒤 몇 개월간 수요 강세를 경험했지만 지난 7월에는 중국 전기차 인도량이 전월비 31% 급감했다는 지적이다.

머피는 이에 대해 테슬라의 가격 인하 후 중국 수요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월비 31% 감소한 테슬라의 7월 중국 인도량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올들어 월 평균인 8만대를 크게 밑도는 것"이라며 "이는 지난해 초 수준에 근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중국에서 테슬라의 최대 경쟁업체인 BYD는 지난 7월 인도량이 전월비 4% 늘며 6개월 연속 전월비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BYD의 지난 7월 인도량은 26만1105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테슬라의 수요 감소가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中 가격 인하 효과 끝났나
머피는 가격 인하가 부정적인 연쇄 가격 인하를 촉발한다며 테슬라의 전기차 수요 감소가 2025년이나 2026년에 저가 모텔을 출시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한 뒤 중국 전기차업체인 BYD와 샤오펑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그는 "테슬라의 지난해 말 가격 인하는 재고 소진을 돕고 중국 수요를 올 상반기까지 자극했지만 이 효과는 짧게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으며 테슬라에 대해 '중립' 의견과 목표주가 300달러를 유지했다.

머피의 지적대로 테슬라의 중국 수요가 하반기 들어 줄고 있다면 테슬라의 올 3분기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고 주가도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올해 유일한 희망은 사이버트럭
이런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출시뿐인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 4월만 해도 올 9월말까지 소량의 사이버트럭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7월 말 콘퍼런스 콜에서는 사이버트럭의 가격과 정확한 출시 시기에 대해 함구한 채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도 그랬듯 새로운 모델의 생산을 시작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라며 "생산량 증대는 전체 공급망과 내부 생산 과정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운이 나쁜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차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이버트럭은 외관부터 기존 픽업트럭과 크게 차이가 난다. 삼각형의 각진 모양에 도색하지 않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방탄 차체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일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사이버트럭이 워낙 독특해 수요층이 한정될 것이고 생산을 시작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인해 수익성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테슬라 투자자들은 사이버트럭이 테슬라의 제품 라인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 투자자인 퓨처 펀드의 경영 이사인 게리 블랙은 "사이버트럭은 (기존 픽업트럭과) 너무 달라서 (테슬라) 전체 프랜차이즈의 활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트럭 /로이터=뉴스1
사이버트럭, 가격과 사양 미공개
머스크는 수년간 사이버트럭이 "역대 최고의 제품"이라고 추켜세우며 스포츠카처럼 속도를 낼 수 있고 새로운 기술로 가득 찬 "대단한 미래형 장갑차"라고 소개해 왔다.

사이버트럭은 2019년에 처음 디자인이 공개돼 2021년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과 설계 변경, 생산 비용 초과 등의 문제를 겪으며 생산 일정이 연기돼 왔다.

머스크는 지난해 1월에 "끝도 없이 바람직한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가격이 감당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요층이 제한될 수 있다"며 테슬라 소비자들이 살만한 수준으로 사이버트럭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당초 사이버트럭을 3만9900달러의 보급형부터 6만9900달러의 고급형까지 3가지 종류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인플레이션과 다양한 문제를 언급하며 가격과 사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트럭 초기 버전의 사진들을 분석한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샌디 먼로는 WSJ와 인터뷰에서 "어떤 부분은 파격적이지만 대부분은 전통적인 구조"라며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사이버트럭이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이버트럭, 연간 25만대 생산 목표
머스크는 사이버트럭 생산이 늘어나면 연간 25만대 이상을 만들 수 있어 테슬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 Y와 비교해 틈새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3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으며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차량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이버트럭은 출시가 지연되면서 이미 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됐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 픽업트럭은 포드의 F-150 라이트닝으로 지난달 가격이 안하돼 4만9995달러부터 시작한다.

리비안 오토모티브의 경쟁 모델인 R1T는 7만3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사이버트럭, 테슬라 수익성 높일까
웰스 파고에 따르면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캐시카우로 지난해 북미 자동차 판매량의 13%를 차지했지만 이익은 전체의 40%를 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사이버트럭 생산 초기에는 생산 단가가 높아 테슬라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 최대 주주 중 하나인 T. 로웨 프라이스 어소시에이츠의 기술투자팀 공동팀장인 앤서니 왕은 WSJ에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기존 약속대로 인도할 수 있다면 사이버트럭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은 "사이버트럭 생산량 증대가 이번 분기가 되든 다음 분기가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테슬라가 비용과 사양에 맞게 사이버트럭을 생산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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