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글’ 향한 엄벌 요구…최대 처벌은 어디까지 [법잇슈]
대검 “온라인상 살인예고글 게시는 단순 장난 아냐”
법무부 “살인예고글·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규정 신설”
“임시방편 형벌조항 양산으론 안전사회 어려워” 지적도
이에 더해 법무부는 9일 “살인예고 글 등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는 “최근 SNS 등을 이용해 공중을 대상으로 한 살인 협박 범죄가 빈발하고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이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미비해 ‘처벌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법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형사법 전문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한원)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살인이나 범죄의 예고는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체감치안을 악화시키는 악질적인 행위로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그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예비행위’를 형사상 처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법치국가 원칙 아래 실무와 학계에서도 논의가 많은 쟁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상 ‘예비’는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범죄의 준비행위를 말하며 이러한 예비행위가 형법상 비난가능한 범죄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내적 결심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내적 결심을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28조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살인죄의 경우는 형법 제255조(살인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 따라 예비죄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살인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살인죄를 범할 목적, 살인의 준비에 관한 고의, 살인죄의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준비행위’란, “물적인 것에 한정되지 아니하며 특별한 정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단순히 범행의 의사 또는 계획만으로는 그것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객관적으로 보아서 살인죄의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외적 행위를 필요로 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150 판결)는 것을 말한다.
살인예고 글 작성자를 협박죄로 처벌하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 변호사는 “협박죄는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인데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만한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성립된다”며 “따라서 상대방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위협은 현행법상 협박죄로 의율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 그리고 대상 범위가 정해지는 경우에는 대상의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어서 협박죄로 의율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해악을 고지할 경우 특수협박죄까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특수협박죄가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살인예고 글 작성자가 미성년일지라도 처벌로부터 자유롭긴 어렵다. 현재 경찰에 검거된 인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10대 청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호사는 “만 14세 이상의 경우 형사미성년자가 아닌 범죄소년으로 분류되어 형사처분이 가능하고,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분은 가해지지 않겠으나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외에도 소년원 송치 등의 강도높은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으로도 모자라 법무부는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처벌 강화가 곧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진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지금 살인예고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공동체의 사회통제기능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형벌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이를 억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형사처벌이 두려워 질수록 사람들이 겁을 먹고 범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인데, 이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형법학계의 정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사적인 책임을 부과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등으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임시방편적으로 범죄 발생 때마다 그때 그때 주먹구구식의 형벌 조항을 양산해 내는 것은 사회에 전과자만을 대량으로 양산할 뿐 안전사회를 구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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